SKT, 통신·ICT 투자회사로 쪼갠다
[경향신문]
존속회사서 통신 기반 AI 신사업
신설되는 ICT 투자전문회사서
하이닉스 중심 글로벌 투자 강화
총수 하이닉스 지배권 강화 위한
SK와 신설회사 합병엔 선 그어
SK텔레콤(SKT)이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둘로 갈라진다. 인적분할을 해 존속회사는 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벌이고,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SKT는 14일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명은 결정되지 않았다. SKT는 “이번 분할의 취지는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SKT의 설명에 따르면 유무선통신 사업을 중심으로 한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AI와 디지털 신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 서비스 등이 꼽힌다. SKT는 “존속회사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5G(5세대 통신)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혁신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설되는 ICT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 투자에 전면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ICT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 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방안이다.
SKT의 기업분할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핵심은 SK하이닉스의 ‘위상 끌어올리기’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SK(주)가 SKT를 지배하고, SKT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보유한 형태다. SK(주)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경영권 확보를 위해 투자할 때는 지분 100%를 사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시가총액 100조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자유로운 투자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위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의 손자회사로 남지만, 대신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다. ICT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IPO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가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도 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재 SKT가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은 20.07%뿐이다.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SKT는 SK하이닉스 지분을 10% 가까이 추가로 사야 한다.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비용은 현재 시가 기준 9조원이 넘는다.
지배구조 개편이 이번 분할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주)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할 수 있도록 SK(주)가 이번에 ICT 투자전문회사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SK(주)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권과 함께 막대한 배당금도 챙길 수 있다. SKT는 이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분할로 주주들이 SKT 존속·신설회사의 사업 성과와 투자 현황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여러 기회를 통해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분할은 앞으로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SKT는 “미래 지향적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SKT 대표는 이날 기업분할을 발표한 뒤 사내에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어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키워온 회사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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