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생산 차질에 테슬라가 정부보조금 '독식 중'.. "지자체들 추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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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한국의 친환경 보조금을 독식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 전기차 구매자들의 '보조금 부족 사태' 우려를 감지하고, 아예 추가예산 확보를 준비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대부분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테슬라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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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한국의 친환경 보조금을 독식하고 있다.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업체의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는 틈을 타, 테슬라는 오히려 한국 수출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는 국산 전기차 구매자들의 ‘보조금 부족 사태’ 우려를 감지하고, 아예 추가예산 확보를 준비 중이다.
14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기 승용차 보급 목표는 7만5,000대지만 실제 확보된 보조금은 목표의 61%인 4만5,814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보조금은 100% 준비가 됐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서울시에 배정한 전기차 보급 목표(1만 대)와 달리, 서울시가 준비한 전기차 보조금은 5,067대 분량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위한 서울시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보조금 신청 물량은 벌써 2,765대에 이른다. 보조금 확정 이후 두 달 만에 확보된 예산의 54.6% 분량이 접수된 것이다. 이 중 1,176대는 이미 출고돼, 앞으로 서울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3,891대 뿐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1~2개월 후엔 서울시 보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시 만이 아니다. 부산시는 2,301대 분량의 전기차 보조금을 준비했지만, 이미 62.9%(1,448대)가 접수됐다. 경기 화성시(78.6%), 수원시(60.9%), 성남시(54.9%) 등도 보조금 조기 소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대부분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테슬라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출고 시 고객이 아닌, 제조사나 수입사에 지급된다.
중형 세단 전기차 ‘모델3’는 지난달에만 3,186대가 팔리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달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모델Y’ 인도도 예정돼 있어, 지난달보다 더 많은 판매가 예상된다. 경쟁 차량으로 꼽힌 현대차 ‘아이오닉5’가 고객 인도를 다음 달로 미루면서 테슬라 보조금 독식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산 전기차를 계약한 고객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아이오닉5의 경우 누적 사전계약이 4만 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전기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 ‘PE모듈’ 공급 부족으로 이번 달 아이오닉5 생산량을 74%나 줄이면서, 보조금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아차 ‘EV6’를 계약한 고객들도 보조금 조기 소진으로 결국 당초보다 1,00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해야 할 처지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부족 대란을 막기 위해 지방비 추가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환경부는 오는 5월 지자체 전기차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차종 간(승용차·화물차·승합차) 물량 조정과 지자체 간 국비 재배정 등을 통해 유연하게 보조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신모델 출시가 많아 지자체 보조금·국고보조금 소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며 “특히 지방비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면 목표치 만큼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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