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록의 사심록(錄)]'서예지'라는 이름조차 조심스러웠던 '내일의 기억'

김현록 기자 2021. 4.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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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일의 기억'의 서유민(왼쪽) 감독과 김강우. 제공|아이필름 코퍼레이션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서예지 없는 '내일의 기억' 시사회에선 서예지에 대한 언급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습니다. 이 자리엔 서유민 감독과 김강우가 참석했습니다. 당초 여주인공 서예지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김정현과 관련된 과거 논란이 불거진 서예지가 전날 밤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결정하면서 둘만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서예지라는 이름이 언급된 것은 단 한차례. 주최 측도 논란을 의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전날 밤 상의 없이 불참을 알린 서예지로부터 따로 사과 등의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이 "배우가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며 차단됐으며, 서예지를 언급한 다른 질문은 짧게 축소돼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서유민 감독이 "서예지 배우는 활동하시는 걸 보고 캐스팅하고 싶었다. 연기력, 이미지가 수진과 잘 맞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하게됐다. 훌륭하게 잘 표현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그 이름을 한 번 불렀을 뿐입니다.

이어 서 감독은 작품에 대한 만족감,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감독으로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볼 때 마다 놀랍다. 덕분에 영화가 많이 살려진 거 같다. 이 정도 감정을 못 받았을 수도 있는데 연기적으로 표현을 잘 해주셨다"고 답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알려졌다시피 발단은 배우 김정현의 전속계약 분쟁입니다. 김정현이 5월 계약 만료를 주장한 반면, 소속사 오앤에넡테인먼트는 2018년 8월 MBC드라마 '시간' 하차 이후 11개월의 활동 중단 기간만큼 계약 기간도 연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간' 하차 당시 김정현은 상대 배우와 멜로 연기를 거부하는 등 뻣뻣하고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태도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제작발표회 포토타임에서까지 팔짱 끼는 포즈를 거부해 눈총을 샀었죠. 당시 김정현과 교제하던 서예지가 남자친구가 멜로연기, 스킨십을 거부하도록 종용했다는 게 요지입니다. 과거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가 오픈되기도 했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걸고 연기를 본업삼은 배우로서 둘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잘못이고 처신입니다. 특히 사랑에 빠져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한들, 당시 나이 서른 가까운 성인이자 책임있는 주연배우였음에도 기본을 져버리고 파트너와 스태프에 대한 일말의 배려조차 하지 않은 당사자 김정현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과녘을 찾던 비난의 화살이 모조리 서예지와 그녀의 사생활로 향하는 분위기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 영화 '내일의 기억'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던 서예지. 제공|아이필름 코퍼레이션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 '내일의 기억'의 상황은 더 기가 막힙니다. '내일의 기억'은 기억을 잃고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여자가 혼란스러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주가를 높인 서예지가 김강우와 호흡한 신작 스릴러로 주목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결정한 영화는 공교롭게도 서예지가 과거 개인사로 인한 논란에 휘말린 다음날 시사회를 열면서 뜻하지 않게 사생활 논란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아내야 했습니다. 일단 시사회에 참석하겠다며 분위기를 살피던 서예지가 전날 밤 불참을 통보한 일은 사실 더 아쉽습니다. 때문에 '내일의 기억'은 이틀 동안 영화 외적인 이슈로 인터넷을 달궈야 했습니다.

그러나 '내일의 기억'은 배우의 사생활 논란 여파에 그대로 파묻히기에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공개된 '내일의 기억'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웰메이드 스릴러로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퍼즐처럼 흩어져 있던 미래와 기억의 편린들이 맞춰져가는 과정, 허를 찌르는 반전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배우의 개인사를 걷어내고 보면, 던진 떡밥을 모조리 회수하는 반전의 드라마에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더욱이 '내일의 기억'이 서예지 개인만의 작품도 아닙니다. 영화를 본다면 김강우의 또다른 매력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첫 발을 디딘 신예 서유민 감독은 "꿈과 애정, 인생을 건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김강우 역시 코로나19로 침체된 가운데 영화계가 되살아나길 기원하며 "좋은 영화가 계속 개봉할 것이고 저희 영화가 시발점이 돼 한국영화에 훈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내일의 기억'의 개봉은 오는 21일입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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