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통합 싸고 갈수록 어수선

세대교체론에 중진들 '견제'
초선 김웅, 당대표 출마 의사
통합론·자강론 연일 부딪혀
'폭력 사태' 송언석 자진 탈당

[경향신문]

회의 들어가는 중진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중진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 지도부 선출과 야권재편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당권을 두고 초선 중심의 ‘세대교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중진들은 당권 의지를 굳히며 당내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여부는 조속히 통합해야 한다는 ‘통합론’과 당 쇄신이 먼저라는 ‘자강론’ 간 대치가 계속됐다. 의원총회 등을 거쳐 당내 여론을 모을 예정이지만 ‘구심점’ 없는 혼란이 단기간에 수습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권 세대교체론’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중진의원 간 연석회의에서도 표출됐다. 전날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5선 서병수 의원은 “(이번 선거로)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력의 퇴진을 국민들께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새롭고 젊은 사람들이 국민들 생각에 맞는 정치를 펼쳐 달라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초선 당대표론’에 힘을 실으며 다른 중진들의 불출마를 촉구한 것이다.

초선 당대표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는 선거 이후 계속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의 사례를 들었다.

초선 의원들도 자체 의총을 열고 세대교체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웅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윤창현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이 출마하겠다고 하면 환영한다”면서 다만 “초선이란 이유로 지지하진 않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권 도전에 나선 중진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자를 견제하는 등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홍문표 의원은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의 당대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두고 “당권 나눠먹기를 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일부 중진들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초선이라고 개혁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보였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중진들은 연석회의에서 조속한 통합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당내에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 통합이 곧 자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들과 일부 비대위원들의 ‘자강론’과 의견을 달리한 것이다. 자강론을 강조하는 쪽은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쇄신하는 것이 우선이며, 인물 영입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영입대상’인 국민의당과의 갈등 조짐도 야권 통합의 적신호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측의 합당 요구와 관련해 “아직까지 돈과 조직과 세력을 가지고 판단하는 그런 오만한 시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론과 자강론의 대치가 이어지자 통합의 ‘안전판’으로 실무 차원의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주 권한대행은 연석회의에서 “사무처 당직자 구성이나 부채 등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 양측의 이견이 적다”며 “다음주에는 통합의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당일 ‘폭력 사태’를 일으킨 송언석 의원은 이날 자진 탈당해 당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중시켰다. 송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당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당을 위한 충정으로 떠나려 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재·보궐 선거가 열린 지난 7일 중앙당 개표상황실에서 ‘앉을 자리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자를 폭행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였다.

박용하·심진용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