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이어 얀센도 '제동'..백신 불신과 접종 양극화 심해진다
덴마크 정부 "혈전 부작용 우려 AZ 접종 영구 중단 결정"
선택지 없는 아프리카는 비상..유럽도 접종 일정에 큰 차질
[경향신문]
얀센의 코로나19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희귀 혈전 부작용 문제로 잇따라 사용이 잠정 중단되면서 세계 백신 공급과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덴마크는 AZ 백신 접종을 아예 전면 중단키로 했고, 미국도 얀센 백신 사용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과 영국 등 많은 백신을 교차 확보해 놓은 나라들은 ‘플랜B’를 가동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처럼 선택지가 없는 나라들은 당장 접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소렌 브로스트롬 덴마크 보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혈전 부작용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AZ 백신 접종을 중단키로 했다”며 “덴마크의 백신 접종은 AZ 백신 없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으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 국가 중 AZ 백신 사용을 완전히 중단키로 한 것은 덴마크가 처음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과 희귀 혈전 발생에 연관성이 있다면서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며 백신의 전체적인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며 계속 사용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덴마크의 백신 접종 계획은 몇 주가량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덴마크가 확보한 전체 백신 물량의 85%가량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이어서 AZ 백신의 비중은 비교적 작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예방접종자문위원회를 소집해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검토에 나섰다. 얀센 백신을 맞고 뇌혈전 반응이 나온 6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에 빠지자 CDC는 전날 얀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에선 약 700만명이 얀센 백신을 맞았다. EMA도 얀센 백신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 얀센은 한 번만 맞으면 되고, 저장과 이동이 용이해 ‘게임체인저’(상황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백신)로 기대를 모았지만 혈전 부작용으로 오히려 백신 접종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문제는 부유한 나라들은 대체할 백신이 있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은 모두 얀센 백신 없이도 화이자·모더나 백신 등으로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얀센은 아프리카연합과 계약해 올해 4억회분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콜드체인’(극저온 보관) 기술 없이도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절실하지만, AZ 백신과 얀센 백신 모두 부작용 문제가 발생해 난감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접종 중단을 발표했다. 얀센 백신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백신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데 실패한 유럽은 이미 AZ 백신 공급 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얀센까지 막히면서 접종 일정이 더 늦어지게 됐다. 유럽은 올해 2억회분의 얀센 백신을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얀센 백신 접종 중단이 유럽의 접종계획에 또 다른 장벽이 됐다”며 “유럽에서도 각국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백신 수급과 접종 일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단체로 움직여야 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리자 국가별로 개별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를 보면 프랑스 응답자의 61%, 독일 응답자의 55%, 스페인 응답자의 52%가 “(AZ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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