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사 - 이림찬 [한성봉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출판인에게 책은 크게 지식과 학문을 담아 보전하는 아카이브 기능과, 지금 여기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코드로서의 문화적 기능으로 나뉜다. 하지만 정보를 어디에든 저장하고 불러낼 수 있는 21세기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 사회에서 책이 갖는 아카이브 기능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종이 책은 스스로 물성을 가진다. 언어로 이루어진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라 꼴과 색을 가진 예술품이다. 따라서 출판인들은 책이라는 물성이 만드는 작품성에 큰 욕심과 자부심이 있다.
<중국미술사>는 15만원이라는 정가가 얘기하듯이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대만 국립고궁박물관과 대만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한 이림찬 선생이 평생의 자료와 강의 경험을 녹여내 회화·조각·도기·옥기·서예 등의 씨줄과, 대만 고궁박물관을 중심으로 베이징 고궁, 영국·일본·미국의 주요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을 날줄로 중국미술의 정수를 엮었다.
또 책을 번역한 장인용은 ‘지호’출판사를 경영했던 출판인인데, 대만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할 때 저자에게 직접 수강한 이력이 있다. 다빈치출판사 역시 미술책의 장인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으므로, 저자·번역가·출판사라는 삼합이 꼭 들어맞는 작품인 셈이다.
번역가는 책을 번역하는 동안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약화되고 1년 걸려서 마쳤던 번역을 컴퓨터에서 통째로 날려 다시 열 달 동안 번역했다 한다.
궁형을 당해 <사기>를 쓴 사마천처럼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이긴 하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저 칠칠치 못한 탓이다.
15만원이라는 책은 얼마나 팔렸을까? 묻진 않았지만 100권 이하일 것이다. 발행인은 이미 수천만원의 손해를 알면서도 똥폼을 잡았다. 한국 출판계에 이런 분 한 분쯤은 계셔야 한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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