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60% "결혼? 안 해도 그만"..22% "자녀 안 낳아"
여학생 76% "결혼은 선택"
남학생보다 33%P 높은 수치
[경향신문]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이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태어난 ‘Z세대’ 사이에서도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7∼9월 전국 중·고교 학생 57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Z세대 10대 청소년의 가치관 변화 연구’의 주요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결혼을 바라보는 인식에 관한 질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59.9%로 가장 많았다. ‘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다’는 33.9%였으며 ‘반드시 해야 한다’는 6.3%에 그쳤다. 2008년 진행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에서는 ‘본인이 원한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41.6%로 지난해 조사보다 18.3%포인트 낮았다. 반면 ‘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다’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각각 7.4%포인트, 10.8%포인트 높았다.
성별에 따라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달랐다. 남성 청소년의 경우 ‘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다’와 ‘본인이 원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률이 각각 46.4%, 44.4%였다. 반면 여성 청소년은 ‘본인이 원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76.7%로 높았다.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9.2%)이 여성(3.0%)보다 높았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희망하는 자녀 수는 평균 1.5명이었다. 2008년(2명)보다 0.5명 줄었다. 희망하는 자녀 수는 2명(52.8%)이 가장 많았다. 이어 0명(22.1%), 1명(16.2%), 3명 이상(8.9%) 순이었다. 연구진은 “청소년의 결혼관 변화, 희망하는 자녀 수 감소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젊은층의 일자리 부족, 여성의 경력단절, 자녀 양육 부담, 주택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층의 혼인 및 출산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확대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와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청소년 중 45.5%가 ‘대체로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08년(26.7%)보다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반(54.5%)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청소년 비율은 72.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 인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권 보장·증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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