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는 지자체 하나 없는 수도권매립지..3개월 공모에 신청 '0'
[경향신문]
수도권의 새 쓰레기 매립지를 찾는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가 3개월 동안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공모했지만 단 한 개의 기초지자체도 응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5년 내 인천 수도권매립지 운영 중단, 가연성폐기물 매립 금지에 따른 ‘쓰레기 대란’ 가능성에 경고음이 울리지만 ‘지자체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공적 시설이 지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행동)’는 여전히 막강하다. 대안이 딱히 없자 인천 매립지 사용 연장 요구도 나오면서 지자체 간 갈등 격화도 예상된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는 일단 허사가 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1월14일부터 14일까지 90일 동안 실시한 대체매립지 공모에 신청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고 이날 밝혔다. 사업비와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최대 20%를 주민편익시설 설치, 주민지원기금 조성에 지원하고 2500억원 규모 특별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인센티브’ 조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이번 공모는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매립지관리공사가 참여하는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이 지난해 11월17일 합의해 추진한 것이다.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은 15일 회의를 열어 재공모 등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한 차례 공모 성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인천 서구 매립지에 의존하는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30개 시·군(연천군 제외) 등 다른 지자체의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 자체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시작한 측면이 크다.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2015년 6월 대체매립지 발굴 방침에 합의했지만, 인천시가 2020년 11월12일 2025년부터 서울·경기지역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부랴부랴 공모가 실시됐다.
대체매립지 물색 작업이 ‘시계제로’에 빠지면 당장 부담이 가중되는 쪽은 서울·경기지역일 수밖에 없다. 폐기물관리법에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는 만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소각량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만 봐도 인천 매립지로 보내는 하루 쓰레기양은 2015년 719t에서 2019년 969t으로 늘었다. 서울시가 2014년 ‘2017년까지 생활쓰레기 직매립(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그대로 묻는 것) 제로화’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거꾸로 간 것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배달산업 활성화에 따른 생활쓰레기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연구원은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2019년 9869t에서 2027년 1만952t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6년부터는 수도권에서 가연성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광역단체 내부 님비는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쓰레기를 소각해 처리하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공모를 2차례 실시했지만 신청지가 없어 모두 무산된 바 있다. 결국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오는 8월까지 타당성조사를 통해 입지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18~2019년 은평구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논란에서 보듯, 향후 선정된 입지가 속한 자치구와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당장 미봉책으로 인천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30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후보 토론회에서 “인천 매립지를 계속 쓸 수 있도록 협의를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서울 시내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의 ‘수용 불가’ 입장은 완고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인천은 더 이상 서울과 수도권을 위한 희생양이 아니다. 오 후보의 생각 전환,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근본적 해법을 요구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자체가 일회용품·포장 사용을 제한해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종량제봉투 가격을 현실화하고, 쓰레기 처리시설을 지역 분산형으로 설치해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존 매립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대규모 지상매립에 소각시설 등 부대시설까지 집적시키는, 이런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을 수용할 지역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발생지 처리원칙 준수와 친환경적인 처리방식 실현에 관해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책임 있는 단위의 4자(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 협의체 재가동을 제안한다”고 썼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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