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청 비서관·마사회장 감찰 지시
'내로남불' 초고속 대응..전효관 '이미 나온 의혹' 인사검증 부실 비판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서울시 재직 당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과 폭언·갑질 논란에 휘말린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감찰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으로, 재·보궐 선거 참패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와 이해충돌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국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비서관의 경우 과거 서울시의회에서 비슷한 문제제기가 이미 있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김진국 민정수석에게 두 사안의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 신속하면서도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 비서관이 2004년 설립하고 대표를 역임한 A주식회사는 2014~2018년 전 비서관이 서울시 혁신기획관을 지내는 동안 총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 12건을 수주했다. 이 회사는 전 비서관이 서울시에 들어가기 전에는 총 사업 수주액이 3건, 800만~4000만원대에 불과했다. 전 비서관은 문화연대 문화교육센터 소장, 서울시 혁신비서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고 지난달 2일 청와대 문화비서관에 임명됐다. A사는 지역문화 디자인,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 전시·행사기획 등을 하는 회사다.
전 비서관은 2006년 A사 대표를 사임했으나 평소 친분이 있는 조모씨가 대표직을 수행했고 현재는 조씨의 부인 남모씨가 대표다.
이 의원은 2014~2015년 업체 선정 평가위원들이 전 비서관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 전 비서관의 소관 부서가 직접 A사에 사업을 발주한 점을 일감 몰아주기의 근거로 들었다.
특히 이 같은 의혹은 과거 서울시의회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춘례 시의원은 “창립 당시 대표이사가 전 서울시 혁신기획관”이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와 맺은 계약 건수는 16건이나 된다.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업체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11월 시의회 감사에서도 민주당 소속인 김기대 시의원은 “서울시에서 용역할 때 박원순·전효관 라인을 통하지 않고는 용역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 비서관은 “전남대로 이직한 2006년 이후 운영이나 지분관계, 사업수주와 관련해 일절 관련이 없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김우남 마사회장의 경우 자신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는 것을 규정을 이유로 반대한 직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회장은 민주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의혹 보도가 나오자마자 감찰을 지시한 것은 여권 인사들의 이해충돌, 위선적 행태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관련 시비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 비서관의 경우 정황상 제기된 의혹들이 석연치 않은 데다 자칫하면 지난해 ‘윤미향 사태’ 때처럼 시민사회단체 출신 여권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비서관의 경우 시의회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던 인물임에도 청와대가 1급 고위직에 기용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 기준과 부실 검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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