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뉴스] 마르고 싶어 '먹토'..10대에 번지는 '프로아나'
[앵커]
먹고 토하고 씹었다가 뱉어서라도 마른 몸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는 걸 거부하는 거식증에 찬성한다고 해서 '프로아나'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요. 이런 '섭식 장애'가 최근 5년 동안 20% 가까이 늘었고 증세가 심해 병원을 찾는 10대 청소년도, 천 명당 7명 정도인 걸로 조사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돌아볼 건 없는지, 구스뉴스 이수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찬성하다는 뜻의 '프로', 거식증의 줄임말 '아나' 검색해 보면 하루에도 관련 게시들이 수백 개씩 올라옵니다.
[A양 (18세 / 프로아나 4년차) : 키는 160 초반? (몸무게는) 36∼37㎏. 작년에는 먹토(먹고 토하기)를 했었거든요, 요즘엔 안 하고. 씹뱉(씹고 뱉기)은 좀 쉽잖아요. 그래서 몰래 해요.]
Q. 몇 끼까지 굶어봤어요?
[A양 (18세 / 프로아나 4년차) : 10일이 최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딱히 긴 것도 아니에요.]
Q. 뭐 조금씩 먹긴 먹죠?
[A양 (18세 / 프로아나 4년차) : 아니요, 변비약을 먹죠. 구충제랑.]
채팅방을 만들어 굶는 걸 서로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잘못됐다 느낀 적도 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A양 (18세 / 프로아나 4년차) : 몸(사진)을 올렸는데 거의 찬양하듯이 '부럽다''너무 멋있어' 이러는데. 난 이렇게 불행한데… 계정을 없애고 그러면 살이 찌고, 자존감도 뚝뚝 떨어질 거고…]
17년 동안 앓던 섭식장애 극복기를 책으로 써낸 작가는 '고립된 다이어터'보다 '연결된 프로아나'가 더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김안젤라/작가 : 저는 무서웠어요. 최근에 그 친구들은 조직적인 거예요. 날씬한 몸매를 내가 갖기 위해서 자극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잘못된 이미지와 정보에 의해 잘못된 시각을 주입받는다고 생각해요.]
마른 몸이 신앙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겐 '이대로도 예쁘다' 아무리 말해줘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은비/중학교 교사 : 하루 이틀 이런 게 아니라, 한 달 넘게 안 먹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중학생이지만 한 달 만에 10㎏씩 빼고 오고. '살 안 빼도 예뻐' 이런 말 해 줘도 '나는 계속 살을 빼야 돼요, 선생님']
아이들은 왜 살 빼기에 집착하게 됐을까.
섭식장애를 겪어본 이들은 제일 먼저 '평가'를 꼽습니다.
[김지안/10년간 섭식장애 (극복 중) : 육상선수도 해서 다리가 튼튼했어요. '너 다리 진짜 두껍다' 이 근육이 좋았는데, 나중에는 다 잘라내 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부정적 평가 못지않게 칭찬도 굴레가 된다고 했습니다.
[김지안/10년간 섭식장애 (극복 중) : 예쁘단 말을 들었을 때가 43∼44㎏ 때였어요. '이렇게 해야 예쁘구나'라고 갇혀버리다 보니까 식이장애를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도 그것 같아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받는 10대들.
마른 몸만 아름답다 말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치도/내추럴사이즈(66∼77) 모델 : 마르지 않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도 바꾸겠다. 마네킹이라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당연한 사이즈가 아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수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마네킹을 먼저 바꿔보는 게 어떨까…]
현상을 방치하지 말고 사회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때라 말합니다.
[김안젤라/작가 : 우울증 환자를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10년, 20년 전과 달라졌잖아요. 이 병에 대해서 많이 논의가 되고 이 병이 가지는 요소를 알고 있어야 눈에 보이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화면제공 : SANDBOX)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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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은 위험하지만 예방 가능하고, 전문의료기관의 진단을 받는다면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섭식장애클리닉(02-2270-0063), 모즐리회복센터(02-775-1009) 등에서 상담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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