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당원 뜻을 어이할꼬..난제 앞의 여당
80만 권리당원 중 '열성' 수천명..당 주요 이슈에 실력행사
"쇄신 막는 폭력적 언행" 비판도 커져..내부 갈등 확산 우려
[경향신문]
‘당심이란 무엇인가.’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맞닥뜨린 질문이다. “당심을 좇느라 민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오면서다. ‘강성 당원’들은 ‘조국 사태 반성문’을 쓴 20·30대 초선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고 “배은망덕하다”는 비난 성명서까지 냈다. 이를 두고 “쇄신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행”(조응천 의원)이라는 반박과 함께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의 ‘당심·민심의 괴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 9일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 사태’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조국 장관을 배신한 초선 5명에게 항의해 달라’는 게시글이 나돌았다. 지난 13일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권리당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는 “보선 패배의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의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라며 “배은망덕한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민심 이반의 원인을 조국 사태에서부터 찾아보려는 시도에 ‘당심’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민주당 당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활동한 당원들이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이루고, ‘친문’으로 대표되는 지지층의 근간은 2016년 무렵 입당자들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당시 대표 지지자들이 대폭 간편해진 입당 절차와 맞물려 대거 모였다. 문 대통령 개인을 향한 ‘팬덤’을 형성한 이들이 조국 전 장관 사태 등 주요 이슈마다 강력한 의견 그룹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강성 당원들의 주장이 민주당 권리당원 80만명의 전체 의중을 대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온라인 당원은 전체 권리당원의 20~30%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빅 마우스’들은 수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재·보선 직후 지역구 당원들에게 감사 문자를 돌렸는데 답장이 온 비율은 2~3%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 현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비율이 한 자릿수 정도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숫자는 적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의견은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구독자 46만명을 보유한 ‘시사타파TV’는 지난 10일 ‘초선 5인방이 조국을 건드린 것은 촛불시민들을 모욕한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더 가열차게 ‘조국 수호’를 외쳐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구독자들이 친문이든 아니든 민주당에 열성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이 최소한 그 정도는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을 통해 권리당원들은 전당대회나 지방선거·대선 경선에서 투표로 ‘실력 행사’를 하기도 한다. 의원들이 이들의 의사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특정 성향 당원들의 주장에 당의 의사결정이 휘둘릴수록 중도 민심과는 멀어진다는 것이다. 강성 권리당원들이 과대대표되는 위험성도 지적된다. 조응천 의원은 14일 SNS에서 권리당원 성명서를 두고 “‘권리당원 일동’을 참칭하고 있다”며 “우리 당 구성원 다수는 합리적이고 성찰적이다. 오히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비판도 품격 없이 하면 대통령의 품격도 같이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며 “일반 국민의 인식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반론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태극기 부대”라고도 했다.
같은 당원들 사이에도 불만이 있다. 가입자 3만여명의 SNS ‘더불어민주당 당원 그룹’의 한 회원은 “민주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당이지 친문이나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의 정당이 아니다”라고 썼다. 서울지역 권리당원인 남모씨(45)는 “검찰개혁 당위성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 과정이 ‘조국 영웅 만들기’로 변질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상범·박광연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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