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9·11테러 20주년 맞춰 완전 철군..전쟁 끝낸다
트럼프가 설정한 시점서 4개월 늦춰지자 탈레반은 반발
영국도 "철수" 밝혀..내전·'테러리스트 온상' 될 우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오는 9월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계속해온 아프간 전쟁을 9·11 테러 20주년에 맞춰 끝내겠다는 것이다. 미군이 발을 빼면 아프간이 내전에 휩싸이고 또다시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탈레반은 평화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방안이 없고, 거기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갖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아프간 철군 계획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화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을 철군시켜 20년간 진행된 전쟁을 최종적으로 끝내기로 결정했다”면서 철군이 5월1일 이전에 시작돼 9월11일까지는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속한 5월1일보다 4개월 늦은 철군이다. 미국은 철군 진행 기간 탈레반이 공격하면 강력히 응징하겠지만 철군이 조건부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2001년 이슬람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워싱턴 펜타곤을 공격한 9·11 테러 직후 시작해 베트남전쟁 기간(14년)을 훌쩍 넘는 20년 동안 끌어온 아프간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배치됐던 미군은 총 80만명에 달하고 2400여명이 숨졌다. 전쟁과 재건 비용으로 2조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치안 확립과 아프간 정부의 자립은 먼 길이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은 2500여명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 병력도 6500여명 주둔 중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연합군도 함께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영국은 아프간에 주둔 중인 병력을 철수할 예정이라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할 때부터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했으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아프간전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군사력으로 아프간 내부 갈등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군사작전을 종료하고 현재 진행 중인 평화 과정을 외교적으로 지원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결정은 오랜 전쟁으로 국민적 피로감이 커졌고,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당국자는 “대통령은 2001년과는 다른 2021년의 위협이나 도전과 싸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지구적 의제를 재설정하기 위한 철군이라며 중국과의 경쟁, 코로나19 대응, 테러 위협, 러시아의 위협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미군이 발을 빼면 아프간의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아프간 영토의 67.8%가 미군과 탈레반의 경합지역이거나 탈레반 점령지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이 1975년 베트남에서 최종 철수한 직후 전쟁을 통해 미국이 지키려 했던 남베트남 정권이 무너진 것과 같은 악몽을 다시 겪을 가능성을 당국자들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간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미국이 아프간 완전 철군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이날 공개한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는 연합군이 철군하면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을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탈레반의 면전에서 파트너를 포기하고 후퇴하는 것이 미국을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평화협상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탈레반은 지난해 9월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별 성과가 없었고, 이달 말 터키에서 평화협상이 재개될 예정이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 철군 시점을 5월1일에서 9월11일로 늦추기로 한 데 반발하며 “모든 외국군이 우리 고국에서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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