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반도체ICT 회사로 나눈다

창립 37년 만에.. 기업분할 공시
존속사, 디지털 사업 위주로 전환
신설사는 글로벌 투자 강화 추진
공정거래법 위험 부담 완화 방점
계열사 자산 온전하게 평가 계기
주주가치 제고 위한 기반 마련도

SK텔레콤이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기업분할에 나선다. 존속회사는 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벌이고 신설회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이 기업구조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통신 영역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신사업 본격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14일 인적분할 방식으로 이 같은 내용의 기업분할에 나서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SKT 존속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해 5G와 이동통신, AI와 구독형 마케팅,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사업을 위주로 할 계획이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자회사로 두고 반도체와 보안, 미디어, 커머스를 비롯해 새로운 ICT 사업에 집중한다. 또 국내외 투자에 나서는 ICT투자전문회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춰 반도체와 ICT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통신 사업과 반도체·ICT 신사업 간 분리로 기업가치를 올리고, 1984년 설립 이후 30여년 만에 통신 영역을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한다.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는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뉴 ICT 기업들에 대한 기업가치를 올리고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의 위험부담을 완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SK텔레콤은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뉴 ICT 사업에 도전해왔지만 통신사 브랜드에 가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있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해 올해 인적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20.1%로,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지분율 약 10%포인트를 끌어올리기 위해 10조원이 소요된다.

향후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가 확장할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존속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ICT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는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통해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