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무서운 사람' 역할놀이, 체벌 아냐"..檢, 사형 구형(종합)

이은영 기자 2021. 4.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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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수개월 간의 지속적인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모(35)씨에 대해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양부 안모(37)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형이 구형됐다.

안씨에 대해서는 "학대 사실을 알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며 징역 7년 6개월형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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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사인 지목된 복부손상엔.."주먹 아닌 손바닥 가격"
양부엔 징역 7년 6개월 구형

"(사망 당일인) 그땐 (정인이가 위중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4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살인과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씨의 결심 공판이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장씨는 시종일관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훔치며 수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인이에 대한 학대 및 방임 혐의를 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한 안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내가 (정인이를) 때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14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들이 정인이의 양모 장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법원 정문으로 들어서자 ‘사형’을 외치고 있다. /이은영 기자

◇양모 "무서운 사람 역할 놀이 하고 있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4일 오후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에 대한 마지막 증인 신문에 이어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 측은 두 사람에게 영상 증거 등을 제시하며 학대로 의심되는 당시 정황에 대해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정인이가 장씨의 눈치를 살피며 방 바닥에서 양 다리를 벌린 채 위태롭게 지탱하다 쓰러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시했다. 장씨에게 영상 촬영의 경위에 대해 묻자 장씨는 "(정인이의) 발에 땀이 나 미끄러지는 모습"이라며 "그날따라 땀이 많이 나 영상으로 남기려고 촬영했다. 체벌하려는 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장씨가 자다 깬 정인이에게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빨리 와"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대해선 "잠에서 깨 컨디션이 안 좋았고, 엄마가 상냥하게 말은 못해줄망정 무섭게 얘기해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제가 무서운 사람 역할을 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숨기지 전 야윈 채 기력이 없는 정인이의 모습에 대해선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해서 아픈 것 같다. 머리·얼굴·어깨·팔·엉덩이·배도 때리고 많이 때렸다"며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장씨는 정인이를 바닥에 던진 사실과 복부를 밟거나 주먹으로 가격한 사실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장씨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복부를) 내리치면서 세게 때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인이의 사인으로 지목되는 복부 손상에 대해선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앉아있는 상태에서 세 차례 양팔을 잡고 흔들었다. 5분에 한번씩 아이를 먹이려 했는데 또 먹지 않아서 앉아있는 아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아 누웠을 때 등도 때렸다. 조금 후에도 먹지 않아서 아이를 집어 들어올려 엄청 세게 흔들면서 소리 질렀다. 그리고 떨어뜨렸다"고 했다.

‘큰 딸은 때리지 않았는데 왜 차이를 뒀느냐’는 질문에는 "제 딸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답했다.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에 숨진 정인양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이은영 기자

◇양부 "아내 기분 맞춰줬을 뿐… 학대 사실 전혀 몰랐다"
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씨는 이같은 아내의 학대 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안씨는 "훈육 차원에서 손등이나 엉덩이만 철썩철썩 때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아내를 믿었고 의심을 못했다. (정인이가) 밥을 안 먹어 아내가 소리지르고 화내는 건 알았지만 때리는 건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 간신히 걷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독감 접종을 이유로 들었다. 안씨는 "정말로 독감주사 후유증으로만 알았다. 하루종일 저런 상태인지 몰랐다"며 "폐쇄회로(CC)TV를 보고 알아 자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장씨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정인이를 두고 "귀찮은 X"이라고 표현한 경위에 대해선 "입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당시 정인이가) 품에서 내려만 놓으면 우는 경우가 많아 지쳐있었다"며 "공개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만 사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양모 ‘사형’ 구형… "용서 받을 자격 없다"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장씨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어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 등을 내려달라고도 했다.

안씨에 대해서는 "장씨의 학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하면서 피해자를 지켜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며 징역 7년 6개월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 10년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검찰은 "피고인들이 입양하지 않았으면 피해자는 다른 부모로부터 한창 사랑을 받으면 쑥쑥 자랐을지도 모른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돼 초기부터 귀찮은 존재가 됐고 수시로 방치당하고 감당 못할 폭행을 당한 뒤 치료받지도 못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 피해자는 누구에게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고 어떠한 저항도 반격도 못 했다. 뼈가 부러지고 췌장이 끊어질 만큼의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며 "할 수 있는 거라곤 고통 속에서 생명을 근근이 이어가는 게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피해자는 밥을 먹지 않는다고 때리는 성난 엄마 얼굴을 마지막 엄마 얼굴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양모 장씨와 양부 안씨의 1심 선고기일은 다음달 14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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