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아프간 전쟁 20년
[경향신문]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애당초 시한이 없는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는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테러조직이라도 찾아내 활동을 저지하며 격퇴시킬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첫 공격 목표가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9·11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0월7일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20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아프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제국의 오랜 침탈 대상이었다.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에서부터 이슬람과 몽골족, 인도 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아프간은 침략자의 무덤이 됐다. 영국은 20세기 초까지 세 차례 침공했지만 실패했다. 소련도 1979년에 침공했지만 1989년 퇴각했다. 소련을 퇴각시킨 것은 반소 무장 게릴라조직인 무자헤딘이었다. 미·소 냉전 중 로널드 레이건이 무자헤딘을 ‘자유의 투사’로 부르며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아프간은 부시 이후 미 대통령들에게도 무덤이었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도 부시가 파놓은 ‘아프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국은 전쟁 초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 정권을 넘어뜨렸지만, 탈레반은 지금껏 소멸되지 않고 미국을 끝까지 괴롭히고 있다. 수차례 발을 빼려고 휴전협상을 벌였지만 번번이 깨졌다. 소련의 발목을 잡은 것이 무자헤딘이라면 미국을 수렁에 빠뜨린 것은 탈레반인 셈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9·11 20주년인 9월11일까지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다. 바이든의 철군 약속이 지켜진다면 아프간 전쟁은 20년 만에 끝난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해외에서 벌인 전쟁 중 가장 길다. 쏟아부은 돈만 전비를 포함해 2조달러가 넘는다. 사망한 미군만도 약 2400명에 이른다. 오바마와 트럼프도 임기 중 철군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바이든이 철군을 실행한다면 이는 그의 치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그의 국제사회를 향한 약속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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