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배송" vs "직접 찾아가라".. 단지 앞 박스 800개 쌓여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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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다고 이걸 여기에 내리면 어떡해."
대신 기사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택배를 각 가구에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입주민 조모(65)씨는 "이 아파트는 애초에 지상에 차가 없도록 설계됐다"며 "입구에서 손수레로 끌고 배송하는 절충안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택배노조 측이 배짱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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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안전 우선.. 지상 진입금지"
"아이들 사고·시설 훼손 등 잦아
애초 지상엔 車 못다니게 설계"
"불편 감수 찾아가겠다" 주민도
택배노조 "주민 이기주의" 성토
"손수레 세대배송 땐 시간 3배 ↑
업계·정부, 대안찾기 나서라"
노조·주민간 고성 오가기도
14일 낮 12시15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1번 출구 앞. A아파트 단지의 입구이기도 한 이곳에 화물차량이 정차했다. 택배기사 3명이 화물칸에 가득 실린 택배 상자를 인도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하자 지나가던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봤다. 한 입주민이 인근에 있던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야! 택배!”라고 부르며 항의하자, 인근에 있던 택배노조 위원장이 “사람한테 ‘택배’가 뭡니까?”라고 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이 오고 나서야 양측 마찰은 일단락됐지만, 입주민은 “노조가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한다”고 성토했다. 20여분에 걸친 작업 끝에 어느새 길에는 택배가 가득 쌓였다. 택배노조는 “오늘 이 아파트로 배송된 택배 800여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상자들이 각 가구 문 앞이 아닌 길거리에 놓이게 된 것은 이 아파트 단지에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5000가구 규모인 A아파트의 입주자 측은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을 이유로 이달부터 택배차량이 단지 내 지상도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기사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택배를 각 가구에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A아파트 측에서 사전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고 반박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차량 제한은 노동자에게 더 힘든 노동과 비용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택배업체와 정부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노조는 “택배사가 A아파트의 택배 접수를 중단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등 책임을 지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 역시 중재를 위한 노력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민·김병관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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