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부동산 정책' 속도 낮춘 오세훈.. 집값 뛰자 '토지거래 허가'도 꺼냈다
◆오세훈, 당선 후 “일주일은 의지의 표현… 두 세달 걸려”
오 시장 취임 후에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 속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종합뉴스에 출연해 “(후보 시절 공약인) ‘일주일’ 기한은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 두 달, 세 달 걸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일주일 안에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강남3구 등 재건축 지역에서 한껏 기대를 모았다.
오 시장이 재건축 첫 현장 방문지로 잡은 곳도 시장의 예상을 비껴갔다. 그간 관심을 모았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아닌 소규모 민간 정비사업지인 강동구 성내동의 라움포레아파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대규모 민간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를 오 시장이 방문하는 것은 더 큰 호가 폭등을 불러올 수 있어 위험부담도 컸으리란 관측이다. 소규모 민간 재건축은 서울시의회나 국토부 등과의 협의 없이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신속히 추진 가능해 빠른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남권 집값 상승에…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까지 언급
오 시장이 집값 상승에 대한 해법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을 언급한 점도 그간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비판해온 야당 측 인사로선 이례적이란 해석이다. 오 시장은 한 방송에서 이들 지역의 가격 폭등에 대해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쓸 수 있는 행정수단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 등 방법이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결책을 언급했다.
◆공시가격 조사도 ‘톤다운’… “급격히 상승 지역 민원 챙기라”
그간 논란이 많았던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방식의 ‘속도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자체 조사’를 언급했던 것에 비해 한층 톤다운됐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1년 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어느 정도 공시가격이 산정됐는지 자체 조사를 통해 기준점을 설정하려고 모색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틀 후 참석한 국무회의에선 “공시가격 결정에 지자체가 참여해야 한다”면서도 후보 당시 언급했던 전면 재검토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급격히 상승한 지역의 민원을 챙기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공시가격 오류까지 언급한 서울 서초구, 제주시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당정과 마찰 줄이려 한 발 물러서… “굳이 대립각 세울 필요 없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과 달리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상 1년3개월 임기 동안 오 시장 혼자만의 힘으론 공약 달성이 불가능하단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 소속인 오 시장이 서울 시정을 이끌어가려면 여당 우세인 서울시의회, 국토부 등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우선 연착륙을 위해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안정화 초기라는 평가가 나왔던 서울시 집값이 최근 오 시장 당선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중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격하며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는데 오히려 집값 상승이 가속화된다면 대권 도전을 노리는 오 시장 입장에선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지난 12일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만 자리에서 “국토부와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서울시가 새로운 주택공급 방안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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