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탑' 쌓이고 경찰까지 출동..고덕 아파트는 '전쟁터'
14일 낮 12시 30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 택배기사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저상 탑차(택배차량) 3대에서 택배 상자를 내려 아파트 입구에 쌓기 시작했다. 20여분만에 상자 800여개로 1.5m 높이의 '택배 탑'이 만들어졌다. 택배기사들은 이날부터 이 아파트의 모든 개별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입주민들이 물품을 받기 위해서는 단지 입구까지 직접 나와야 한다.
택배노조는 이날 A아파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부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13일까지 한 차례의 응답도 듣지 못했다"며 "아파트의 독단적인 결정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저상탑차나 손수레를 이용한 무리한 배송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롯데택배 기사들은 이날부터 택배 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전달한다. 택배노조는 A아파트 입구에 800여개의 물품을 쌓아 두고 "수령을 원하는 고객분들은 직접 입구까지 나오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소에는 택배노조 측 인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물품 분실과 훼손 등에 대비할 방침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수백만원의 탑차 개조비용을 기사 개인에게 전가시킨 뒤 '택배사와 협의했으니 끝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저상탑차를 사용하는 기사들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데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핑계로 택배기사는 몸이 가루가 돼도 좋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윤모씨(45)는 "저상탑차를 사용하면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 터미널 이동 시간만 2배로 늘어난다"며 "무릎 관절염이 올 때까지 탑차 안을 기어다니며 배송해야 하는데 입주민들은 저상탑차에 한 번이라도 탑승해 보고 하는 요구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입주민들은 택배노조의 이같은 행위가 오히려 '역갑질'이라고 항변한다. 지난 8일 택배노조가 제시한 협의안이 부당해 받아들일 수 없을 뿐더러 저상 탑차의 위험성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에 △단지 내 지상보도에서 20km 서행 △택배물품 보관소 별도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협의안을 발송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쯤 택배노조에 "입주민들은 택배노조의 협의 없는 일방적 주장 때문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택배기사들은 본래 택배 계약시 협의된 '집 앞 배송'을 계속해야 하며 아파트 입구에 택배를 쌓아두는 방식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한 입주민은 "택배기사들의 무리한 주장 때문에 입주민들이 악마로 몰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탑차의 지상출입을 금지한 아파트가 400개가 넘는다는데 하루에 수백명의 어린이·학생이 오가는 우리 아파트만 유독 '갑질 아파트'의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했다. 또 "택배노조의 부추김 때문에 멀쩡히 잘 배송하던 기사들도 배송을 중단했다"고 했다.
입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초 '택배기사들과 협의하자'는 입주민들도 모두 주장을 철회한 상태다. 입주민 고모씨(65)는 "택배노조의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입주민들은 직장·학교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12일 아파트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우리는 '폭탄 아파트' 거주자가 됐다"고 호소했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택배노조는 이날 입주자대표회의에 "저상탑차를 이용한 배송은 기사의 허리와 손목, 발목 등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할뿐더러 교체비용 부담도 크다"며 "기사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배송방식을 강요해 놓고서도 '왜 우리만 그러느냐'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사와 입주민들이 기사들에게 '입구까지만 배송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저상 탑차나 손수레 배송을 강제하고 있다"며 "기사들은 아무도 고객과의 분쟁을 원하지 않는데 협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일관하는 입주민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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