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게임체인저'들의 몰락.. 더 멀어진 백신 균등 공급

김표향 2021. 4. 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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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백신 美 접종 중단 파장.. 빈국 공급 차질
접종연령 제한 가능성.. 백신 기피 현상 우려도
미 보건당국이 사용중단 권고한 얀센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에 이어 존슨앤드존슨(J&J)의 얀센 백신까지 혈전 부작용 문제로 접종이 중단되면서 지구촌이 ‘패닉’에 빠졌다. AZㆍ얀센 백신은 초저온 냉동시설이 필요한 화이자ㆍ모더나 제품과 달리 상온에서 보관ㆍ유통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로 주목 받았다. 특히 얀센의 경우 한 번만 맞아도 된다는 강력한 이점 덕분에 집단면역 형성에 가속도를 붙여줄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쌍두마차’가 잇따라 몰락하면서 백신 균등 분배는 더 어려워졌고, 다른 백신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들은 감염병 종식 희망에서 한층 멀어졌다. 백신 자체를 기피하는 회의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얀센 백신을 맞은 뒤 “드물지만 심각한” 뇌정맥동혈전증(CVST)이 발생한 사례는 접종자 680만명 중 6명이다. 그 중 1명이 숨졌고 2명은 중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3일(현지시간) 사용 중단을 권고하자마자 미국 대부분 주(州)가 접종을 멈췄다. CDC에 따르면 미국에 공급된 얀센 백신은 1,600만회분으로, 아직 900만회분이 남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이자ㆍ모더나 백신만으로 모든 미국인에게 접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미국에서 얀센 백신 비중은 5%에 불과해 전체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준은 아니다.

직격탄은 다른 나라들이 맞았다. 상반기 AZ 백신 물량이 3억회분에서 1억회분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얀센 백신을 대안으로 여겨 온 유럽연합(EU)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는 얀센 백신을 6월 말까지 5,500만회분, 올해 안에 2억회분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는데, CDC 결정 직후 얀센이 유럽 내 백신 출시를 연기하면서 순식간에 5,500만명을 위한 백신이 사라져 버렸다. 이번 주에 첫 물량을 받아둔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수개월간 공급 부족 문제를 겪다 마침내 희망을 엿본 EU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월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케이프타운=AFP 연합뉴스

빈국이 더 문제다. 대체할 백신이 전무한 데다 미국ㆍEU 같은 부국들의 화이자ㆍ모더나 백신 싹쓸이 구매가 더 심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빈국을 지원하는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ㆍ배분 기구 ‘코백스’는 얀센 백신 5억회분을, 아프리카연합(AU)은 올해와 내년에 4억회분을 계약해 둔 상태다. 얀센 백신 논란이 길어질 경우 이들 나라는 자칫 백신 한 방울 없이 감염병을 버텨야 할지 모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얀센 물량이 필요없을지 몰라도 빈국은 큰 곤경에 처해 있다”고 짚었다. 아프리카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상용 백신 중 얀센 백신이 변이에 가장 큰 효과(57%) 보여서 정식 승인 전에 다급하게 접종부터 시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마저 접종을 중단했다. 남아공은 2월 중순부터 의료종사자 30만명이 맞았다.

얀센 백신 접종이 재개되더라도 불안감을 해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EU 외교당국자는 “얀센 백신도 AZ와 같은 방식으로 결론 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혈전 우려 탓에 55세 이상 연령대에만 접종하는 AZ 백신처럼 얀센 것도 접종 대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둘 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 기술로 제조됐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아가 보건전문가들은 백신 기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고문을 지낸 제크 이매뉴얼 펜실베이니아대 의료경영학 교수는 “보건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 의지를 이해하지만 완전 중단 권고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지는 의문”이라며 “결과적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만 저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벨기에 면역학자 판 라트험 박사도 “희귀한 부작용보다 바이러스가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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