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뉴 ICT 사업 확장 전환점.. 주축사업 가치 더 커질듯

'온라인 타운홀 행사'서 분할 취지 설명
이사회 의결·주총 등 거쳐 연내 완료 목표
SKT, 미래지향적인 사명으로 교체 추진
박정호 대표 "계속 성장해 나가자" 당부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다.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

SK그룹과 SKT의 오랜 숙원이던 지배 구조 개편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박정호 SKT 대표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갖고, 구성원들에게 SKT 기업분할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SKT는 통신사업을 주축으로 한 AI(인공지능)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 (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 된다. 회사가 두 개로 쪼개지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사명도 정해질 예정이다.

SKT는 이번 기업분할로,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하게 됐다. 박정호 대표가 그동안 주창해 온 '탈통신', 'AI 구독형 컴퍼니' 전환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것이다.

SKT는 통신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춰, 반도체와 뉴 ICT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주주들에게는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연말, 박정호 SKT 대표가 SK하이닉스 부회장에 기용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SKT의 이번 인적분할은 SK그룹의 주력중에 하나인 SK하이닉스의 성장 동력 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는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추진했을 때보다 더 활발하고 공격적인 투자가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SKT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현재처럼 SK㈜의 손자회사 지위를 유지할 경우, 각종 투자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100% 경영권 투자만 가능하지만, 신설회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SKT→SK하이닉스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업분할로, 주력인 SKT,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더 극대화될 전망이다. SKT의 5G 가입자는 올해 2월 기준 약 635만명(점유율 약 46.5%)으로 '모바일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SKT 자회사인 SK하이닉스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르며 KOSPI(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다.

한편 SKT는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의 경우,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5G 1등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AI는 현재 SKT의 서비스, 상품에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분할 후에도 SK ICT 전 영역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게 된다.

존속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함으로써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뉴 ICT' 자회사의 IPO(기업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SKT는 이날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에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은지기자 ke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