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전화 한 통이 살린 '유한회사 코로나'

2021. 4.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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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COVID-19'를 '코로나19'로 부른다. 이 '코로나'는 엄청난 속도로 우리 뇌 속에 자리잡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계속 궁금해지는 브랜드들이 있어서 근황을 알아봤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코로나'라는 자동차다.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에 제법 산다는 친구집 자가용이었는데 알아보니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기술과 브랜드를 들여와 한국의 신진자동차라는 곳에서 제작 판매했다. 지금은 인천의 한 자동차박물관에서 단순히 이름의 특이함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역주행' 전시품이라는 후문이다. 도요타도 이 브랜드를 20여년전에 단종했고 비슷한 발음의 후속 제품인 '코롤라'로 생산·판매 중이라고 한다.

또 떠오른 브랜드는 누구나 연상했을게 분명한 '코로나' 맥주다. 1925년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이 멕시코 맥주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 수출되는 효자 상품이다. 작년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런데 작년 초기에는 거꾸로 이름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짓궂은 네티즌들이 이름을 소재로 재미삼아 올린 글과 사진들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샀고 실제로 작년 3월 미국 내에서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 성장했고, 국내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23.6%나 늘었다고 한다. 이름 덕에 오래된 맥주 브랜드가 한층 트렌디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들뜬 나머지 코로나 맥주의 새로운 제품인 탄산수를 출시하면서 "코로나가 곧 상륙한다"라는 광고문구를 넣은 게 화근이었다. 이 광고가 나오고 곧바로 진짜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것이었다. 이 후 이미지 타격은 심각했고 멕시코 공장도 현지 사정으로 생산이 중단돼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왔다. 지금은 회복 단계라고 한다.

이와는 다르게 코로나라는 회사명으로 45년간 활동해 온 한 일본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 화제다. 일본 기후현에 위치해 주로 자동차 관련 공장에서 사용하는 작업용 장갑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유한회사 코로나'가 그 주인공이다.

영어사전에서 코로나를 찾아보면 일식 때 해 둘레에 생기는 광환을 뜻한다. 이 회사를 창업한 현 사장의 선친이 의미있게 붙인 사명이라 코로나 이후에도 애착을 갖고 유지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현상에 편승해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냐" "장난으로 사명을 만들었냐"라는 등의 비난들이 들어왔다. 이후 경기 하락과 함께 회사명 탓이 보태진 이유인지 주문량이 급격하게 줄어서 급기야는 공장 가동률이 30%까지 축소됐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값싼 중국업체의 제품에 밀려 힘들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방탄조끼 소재를 사용한 장갑이라던가, 각 공장 부문별 세세한 요구에 맞춘 다품종 소량의 최적의 장갑을 만드는 등 피나는 기술개발 노력으로 견뎌왔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도쿄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이 회사를 바닥에서 구원해 주었다고 한다. 회사 이름으로 놀려댔던 그 전까지의 내용과는 다르게 기왕에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보유 기술을 활용해서 전철이나 에스칼레이터 손잡이를 직접 잡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장갑을 만들어 코로나 방역에 보탬을 주지 않겠냐라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히트 상품이 '유한회사 코로나'사의 항균 접촉 방지 장갑 'Touch'다. 구리와 나은을 가공하여 얇은 실장갑 형태로 구현했고 은행의 ATM이나 스마트 폰의 조작도 장갑을 낀 상태에서 가능하다. 이 항균 장갑 발매를 계기로 자동차 공장 이외에서도 문의가 늘어나 현재는 슈퍼나 편의점의 점원용 장갑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어느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전화 한통과 가동률 30%속에서도 기술개발을 놓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와의 훌륭한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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