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부는 오염수 방류 옹호했지만..미일 과학자들 "해양 오염" 경고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본 측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허용 기준치에 맞게 희석해 버리기 때문에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일본이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3일 일본의 이 같은 방류 결정에 대해 각국 과학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도했다.
켄 부셀러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선임연구원은 오염수를 정화한 후에도 삼중수소를 포함해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앞서 미국 국무부가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 직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안전 기준에 맞는 투명한 결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과는 반대되는 입장이어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대신 방사성 물질을 처리했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처리수와 똑같은 표현법을 사용하며 일본을 옹호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해석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18년 오염수에는 정화시설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90, 세슘(Cs), 코발트(Co), 루테늄(Ru) 등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반감기는 삼중수소의 반감기인 12.3년보다 더 길어 해양에 방류될 경우 오랫동안 남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감기는 물질이 자연 붕괴해 처음 양의 절반이 되는 기간을 말한다.
부셀러 연구원은 “이 방사성 물질들은 해양에서 삼중수소와 다르게 작용한다”며 “이들은 해양 생물이나 해저 퇴적물과 쉽게 결합한다”고 말했다. 부셀러 연구원은 또 “오염수의 방류 허용 기준치는 원전이 정상 가동될 때 발생하는 오염수를 위한 것이지 사고로 만들어진 오염수의 의도적 방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일본 과학계에서도 나온다. 오토사카 시게요시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교수 역시 해저 퇴적물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면 해양 생물들이 이를 섭취할 수 있다고 염려하면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효과를 의심했다.
오토사카 교수는 “도쿄전력의 정화 시스템의 효과는 적은 양의 오염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도쿄전력은 정화 시스템이 오랜 기간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해양 방류가 환경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도 있다. 나이젤 마크스 호주 커틴대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출할 경우 방사성 수준은 의료 영상을 찍거나 비행기로 여행할 때 노출되는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의 양이 많아도 태평양에 퍼지면 농도는 매우 낮아진다는 뜻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의 해양 방류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과학적이지 않은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13일 전화 통화에서 “일본의 발표한 기준치에 맞춰 30년 동안 방류하면 방류 지점에서 10~20km 정도만 도달해도 한강의 삼중수소 농도인 리터당 1베크렐(Bq·방사성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 수준이 될 것”이라며 “삼중수소 외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양이 매우 적어 삼중수소보다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태평양에도 이미 스트론튬, 세슘, 탄소14, 우라늄 등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며 “오염수를 방류해도 현재 양의 1조 분의 1이 추가될까 말까한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현재까지 분석 결과를 보면 동일본 대지진 직후 정화를 거치지 않은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갔을 때도 한국의 수산물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 수산물에 대한 기피가 생길 수 있지만 국내 수산물까지 공포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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