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액션' 신영철 감독 "항의는 내가 한다. 너희는 즐겨라"

문성대 2021. 4. 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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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영철(가운데) 우리카드 감독이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KOVO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우리 선수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강한 액션으로 선수단을 깨웠다. 감독에 자극 받은 선수들은 승리로 화답했다.

우리카드는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6-24 25-20 25-19)으로 물리쳤다.

1차전을 먼저 따낸 뒤 2차전에서 패했던 우리카드는 3차전을 잡고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먼저 불을 붙인 건 신영철 감독이다.

신 감독은 1세트부터 심판진에 거친 항의를 했다.

8-8에서 대한항공이 정지석의 오픈 공격으로 한 점을 가져갔다. 이때 신 감독은 상대 이수황의 더블 컨택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그러나 판독 결과가 뒤집어 지지 않자 신 감독은 곧바로 상의를 벗어 집어던지며 거칠게 불만을 드러냈다. 한동안 항의를 계속하던 신 감독은 결국 경고를 받았다.

이후 경기 흐름은 조금씩 우리카드로 넘어왔다. 우리카드는 사정권 내에 대한항공을 두고 추격하다 알렉스의 공격으로 20-20,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 우리카드는 결국 25-24에서 알렉스의 서브 에이스로 1세트를 챙겼다. 2, 3세트도 우리카드의 차지였다.

경기 후 만난 신영철 감독은 1세트 항의 장면에 대해 "그런 항의는 처음 한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이유가 있는 액션이었다. 신 감독은 "비디오판독이 애매했는데, 우리 선수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했다. 감독으로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의뿐 아니었다. 이날 벤치에서 보다 큰 액션을 보여주며 분위기 싸움을 함께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순한 편이다. 경기에선 싸움닭이 필요하다"며 "경기에선 사나운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같이 호흡하고,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보기 드문 감독의 거친 항의는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됐다. 우리카드 하승우는 "우리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는데 상대로 넘어가니 감독님도, 우리도 흥분했다. 감독님이 '항의는 내가 할 테니 너희는 즐겨라'라고 하셨다. 다시 경기를 즐기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나경복도 "그 부분에서 감독님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그렇게 하신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분위기가 넘어갔다면 힘든 경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20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된 우리카드 알렉스는 1세트 종료 후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과 충돌하기도 했다. 상대 감독과 선수가 언쟁을 벌이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산틸리 감독이 먼저 도발을 했다. 알렉스가 서브 포인트를 올렸고, 제스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산틸리 감독이 자극을 했다"며 알렉스를 감싸안았다.

"내가 알렉스에게 '감독이 (항의를) 할 테니 다음을 준비하라'고 했다. 이런 것도 경기의 일부인데 슬기롭게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승1패의 우리카드는 이제 1승만 추가하면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다. 신 감독은 "대한항공은 끝나야 끝나느 팀이다. 선수들이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에게 오늘 각자 잘했던 점과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가지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 잘하자고 했다"고 경계를 계속했다.

우리카드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하승우는 "오늘 경기가 최대 고비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만 이기면 우승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며 "오늘 이긴 건 잊고, 내일 한 경기만 생각하면서 다시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나경복은 "대한항공이 워낙 견고하고 강한 팀이다. 방심하면 뒤집어지고, 넘어간다. 우리가 이길 수 있어도 잡힐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내일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고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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