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바다 공유해 우려 크다"..日대사에 '오염수 방출' 작심발언

임재섭 2021. 4.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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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대사 제정식서 이례적 언급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검토 지시
민주당·국힘도 한목소리로 반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왼쪽),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신임 대사 재정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 대사에게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신임 일본 대사 제정식 후 환담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일본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정치권 역시 한목소리로 일본의 결정에 반발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일 관계 걸림돌이 늘어난 셈이어서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이보시 대사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이러한 우려를 잘 알 것"이라며 "본국에 잘 전달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통상 신임 대사 제정식의 경우 공식적인 외교일정이고, 상견례의 성격이 있는 만큼 무거운 주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이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다"고 운을 뗀 뒤 원전 오염수 방출을 거론했다고 한다. 청와대 역시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환담 발언으로는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또한 "문 대통령이 앞서 열린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잠정조치를 포함해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잠정조치'란 분쟁의 당사자가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해양환경의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뜻한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청와대 법무 비서관실이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했다.

정치권도 정부와 같은 입장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오염수 처리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검증도 없이 이같이 결정한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며 "그간 범정부 차원의 수입 수산물 안전 관리와 해양 방사능 안전 관리, 국제공조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당정은 국제사회와 더 긴밀하고 신속하게 공조해 사태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야권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권한대행-중진연석회의에서 "일본의 결정과 태도를 모두 용납하기 어렵다. 초당적으로 국가적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주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 그동안 어떤 구체적 노력을 했는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우선 이웃 나라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류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영국이 아일랜드에 일방적으로 방류해서 실제 중단됐던 사례가 있다"며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가 가능하다"고 문 대통령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으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의 해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한일관계를 개선하려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날 아이보시 대사에게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동북아와 세계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도쿄올림픽 성공을 기원한다"는 말도 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국민을 위로하고 한국과의 우호 관계가 증진되기를 희망한다는 천황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현재 양국 관계가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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