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처럼"..37년만에 변신한 SKT, 목표는 '제값 받기'(종합)
SK㈜와의 합병 우려 일단 불식.."합병 계획 없다"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SK텔레콤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유무선통신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로 나눠 각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한 단계 도약을 꾀한다.
14일 SK텔레콤은 자사를 ΔSK텔레콤 존속회사(AI & Digital Infra 컴퍼니)와 ΔSK텔레콤 신설회사(ICT 투자전문회사)로 쪼개는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통신회사'라는 정체성을 넘어서려는 시도다.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고, 반도체와 New ICT 사업을 확장해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아마존도 본업 재정립하며 도약…SKT도 가능할까
이번에 확정된 인적분할은 그동안 저평가받았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SK텔레콤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날 SK텔레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인적분할에서는 그간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통신분야 사업'과 '반도체 등 비통신 분야'를 분리한다. '통신회사'의 이미지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비통신 분야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통신 산업은 성장이 정체돼있고 증시에서도 경기방어주로 분류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게 평가되는 등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도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주가 수준은 시총 100조원 되는 자회사(SK하이닉스)뿐 아니라 SK텔레콤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도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기존의 '업'(業)을 새로 정의하고 신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규모를 더 키웠던 전례가 있다.
일례로 구글은 '검색 엔진'을 본업으로 삼았던 회사지만 이후 Δ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Δ유튜브(동영상) Δ구글벤처스(벤처캐피털) Δ구글캐피털(투자펀드) 등 ICT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기업 규모 확대와 주가 상승을 이뤄낸 바 있다.
아마존 역시 당초 인터넷 도서판매업체였지만 이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시즈'(AWS)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키운 바 있다.
◇SKT 존속회사·신설회사…'통신'과 반도체 등 '비통신' 나눠 사업 활성화
향후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유무선통신회사인 'SK텔레콤 존속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인 'SK텔레콤 신설회사'로 나뉜다.
존속회사는 이동통신(MNO) 사업을 중심으로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나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함으로써 ICT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ICT 투자전문회사인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기존 SK텔레콤의 ICT 자회사들인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산하에 둔다.
SK텔레콤은 신설회사를 통해 그동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았던 SK하이닉스 대신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해 인수합병(M&A) 등까지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텔레콤 측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설회사는 올해 예정된 원스토어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New ICT 자회사들의 IPO 역시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T 인적분할,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거쳐 연내 완료 예정
SK텔레콤은 이같은 인적 분할 추진에서 가장 먼저 내부 구성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으로 첫 발을 뗐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현행법상 인적분할 절차가 통상 150여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안에는 분할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일각에서 SK㈜가 SK텔레콤 신설회사의 지분을 늘려 합병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주주총회 의결이 쉽지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SK텔레콤은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확대가 SK㈜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비교적 씻어낸 점을 감안할 때, 주총 의결 기업가치 극대화 목적만 제대로 설득할 경우 큰 어려움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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