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이 5000억원에 산 다빈치 그림, 호화 요트에 걸어놨던 이유는

이철민 선임기자 2021. 4. 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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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인 4억5030만 달러(약 5014억원)에 팔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세상의 구주'라는 라틴어)’가 사우디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초호화 요트에 걸려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이 12일 보도했다.

2017년 12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을 당시의 '살바토르 문디.'/AFP

이 작품은 MbS가 덜 알려진 사우디의 한 왕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사들일 때부터 논란이 됐다. 일부에선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는데도, MbS가 사상 최고가를 지불하고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 전문가들이 ‘다빈치 작(作)’ 확인했지만

사실 이 그림이 ‘다빈치 진품(眞品)’이라는 사실은 2018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다빈치 전문가들이 수주에 걸쳐 최고의 장비를 동원해 다빈치의 다른 작품의 나무 재질, 물감 성분 등을 이 작품과 비교해 확인됐다. MbS는 루브르가 당시 준비 중이던 ‘다빈치 사망 500주년 전시회’에서 ‘살바토르 문디’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하려고 파리로 비밀리에 이 작품을 공수(空輸)했고, 루브르의 전문가들은 “다빈치가 직접 그림 속 예수의 얼굴을 그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루브르의 ‘다빈치 쇼’ 카탈로그에 포함되면, 사우디 왕세자 MbS로선 “터무니 없는 가격에 샀다”는 눈총도 잠재우고, 그토록 원했던 국제적 ‘승인’도 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2019년 10월~2020년 2월 루브르에서 열린 ‘다빈치 쇼’에서 ‘살바토르 문디’는 빠졌다.

◇한사코 “모나리자 곁에 걸어달라” 주장했다가 거절당해

사우디 측이 루브르의 대표적인 다빈치 작품인 ‘모나리자’ 곁에 ‘살바토르 문디’를 나란히 걸어달라고 하면서, 일이 꼬였다. 루브르에게 ‘모나리자’는 한 치의 양보나 동급(同級)을 허용할 수 없는 최고 예술품이다.

2019년말부터 진행된 루브르 박물관의 '다빈치 사망 500주년 전시회'에서 소개된 모나리자. 모나리자에 몰린 관객이 다른 다빈치 작품 관객의 4배에 달했다.

모나리자는 수많은 관객과 고도의 보안을 고려해, 특별히 모나리자만을 위해 설계된 전시관에 걸려 있다. MbS는 모나리자 곁에 자신의 소장품을 걸어 ‘보상’을 받고 싶었겠지만, 루브로로선 ‘살바토르 문디’를 위해 ‘모나리자’ 전시관을 수정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루브르의 ‘다빈치 쇼’ 기간 중에 다빈치의 다른 작품들은 한데 모여 전시됐지만, 모나리자는 복도 하나를 두고 자신만의 전시관에 걸려 있었다. 모나리자 한 작품에 몰리는 관객은 하루 3만명으로, 다른 다빈치 작품 전체에 몰린 관객의 4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슬람 종주국에서 ‘구세주(救世主) 예수’ 그림을 강조할 수도 없고

결국 이 세계 최고가의 다빈치 작품은 이후 작년 말까지, 사우디 아라비아 북서쪽의 홍해 연안에 정박했던 왕세자 MbS의 초호화 요트인 ‘시린(Serene)’에 걸려 있었다. MbS가 2016년에 5억 달러를 주고 구입한 134m의 이 요트는 현재 네덜란드의 한 조선소에서 수리 중이고, ‘살바토르 문디’는 사우디 내 한 비밀 장소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5000억원을 주고 '살바토르 문디'를 사들인 사우디 왕세자 MbS와, 이 작품이 보관돼 있었던 그의 초호화요트 '시린(Serene)'호.

고(古)미술품 전문가들은 “유화는 매우 미묘하고 겹겹의 층으로 이뤄져 안정되게 보존돼야 한다”며 “바다 환경과 계속 변하는 기온 속에선 500년 된 이 걸작품의 나무와 페인트 층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2017년 경매 전에, 작품 속 예수의 얼굴과 겉옷 일부에 대해선 광범위한 보수 작업이 진행됐었다.

그렇다고, 누가 봐도 예수를 그린 작품인 ‘살바토르 문디’를 사우디의 어디에 전시할지도 지금으로선 고민이라고, WSJ는 전했다. 전세계에 ‘이슬람 종주국’ 행세를 하는 사우디로선 아무리 걸작이라고 해도 유럽의 천재 예술가가 ‘예수’를 ‘세상의 구주’로 묘사한 그림을 전시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의 미술관 위원회 대표는 WSJ에 “작품 명을 ‘세상의 구주’로 하는 순간, 사우디의 정체성(正體性)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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