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계산된 도발, 아군은 뭉치게 적군은 흥분하게 [챔프3]

장충|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4. 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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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의 알렉스(오른쪽 위)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1세트 종료 뒤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오른쪽 아래)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불과 불, 흥분과 흥분이 맞붙은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그러나 흥분은 어떤 팀에게는 페이스를 잃게 했고, 어떤 팀에게는 오히려 조직력을 다지는 아교 역할을 했다. 우리카드가 흥분을 잘 이용해 창단 첫 챔피언까지 한 걸음 만을 남겼다.

경기의 과열조짐은 1세트부터 보였다. 1세트 8-8로 맞선 당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랠리 도중 대한항공 이수황의 손에 공이 맞은 후 어깨에 한 번 더 맞았다고 주장하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신 감독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심판석으로 다가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양복상의를 집어던지고, 마스크까지 벗어던지는 격렬한 항의였다.

흥분은 1세트 끝나고도 나왔다. 22-24로 뒤지던 우리카드는 외인 알렉스 페헤이라의 서브 에이스로 결국 세트를 26-24로 뒤집었다. 이때 또 불같은 성격의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등장했다. 알렉스의 서브 에이스 세리머니가 산틸리 감독을 자극했고 두 사람은 날이 선 대화를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여기에 신영철 감독이 끼어들었고 두 감독은 2세트 시작 전 나란히 레드카드를 받았다.

양 팀의 감독이 동시에 레드카드를 받는 진풍경은 리그 전체로 따져도 2013~2014시즌 우리카드-현대캐피탈전에서 당시 강만수-김호철 감독이 동시에 받은 이후 리그 통산 2번째였다. 결국 승부는 경기 내적인 면 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흥분상태를 누가 잘 제어하는지에 달리게 됐다.

이를 잘 이용한 것은 우리카드였다. 신영철 감독 1세트의 항의는 계산된 부분이 있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아마 제가 그렇게 항의를 한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나름 심판의 비디오판독이 애매했다. 그 순간 당황할지도 모를 우리 선수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항의를 강하게 하게 됐다. 감독으로서 할 것은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이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1세트에서 비디오 판독과 관련해 심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감독의 항의 후 팀은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결국 세트 포인트를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큰 경기에서 얼어있는 선수들의 정신을 차리게 한 항의였던 셈이다.

2세트 직전 신경전은 알고보니 알렉스로부터 시작됐다. 1세트 내내 서브 당시 대한항공 코치진들에게 한국어로 이름을 계속 불린 알렉스는 세트를 따내는 서브 에이스를 따낸 후 보란 듯이 대한항공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했고 산틸리 감독이 이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촉발된 신경전이 알렉스-산틸리 감독에서 신영철 감독-산틸리 감독으로 옮겨 붙었다.

산틸리 감독은 경기 후 알렉스의 발언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알렉스가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면서 “배구 경력이 35년인데 그런 말로 흥분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알렉스는 “경기 중 자꾸 서브 때 이름을 불러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알렉스 역시 산틸리 감독이 쉽게 흥분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도발을 계산에 깔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렉스는 경기 후 “산틸리 감독님이 흥분하실 것을 알고 있었다”고 웃어 보이며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흥분하면 집중을 해 더 경기를 잘 한다. 상대는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답했다.

거친 항의와 과한 세리머니 그리고 트래시 토크에 의한 신경전 등 14일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어느 정도 인정이 되는 범주 안에서 두 팀이 경기 외적으로 어떻게 맞서는지 그 열기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과연 우리카드의 이러한 도발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결과는 15일 경기가 끝나보면 알 수 있다.

장충|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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