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계산된 도발, 아군은 뭉치게 적군은 흥분하게 [챔프3]
[스포츠경향]
14일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불과 불, 흥분과 흥분이 맞붙은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그러나 흥분은 어떤 팀에게는 페이스를 잃게 했고, 어떤 팀에게는 오히려 조직력을 다지는 아교 역할을 했다. 우리카드가 흥분을 잘 이용해 창단 첫 챔피언까지 한 걸음 만을 남겼다.
경기의 과열조짐은 1세트부터 보였다. 1세트 8-8로 맞선 당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랠리 도중 대한항공 이수황의 손에 공이 맞은 후 어깨에 한 번 더 맞았다고 주장하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신 감독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심판석으로 다가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양복상의를 집어던지고, 마스크까지 벗어던지는 격렬한 항의였다.
흥분은 1세트 끝나고도 나왔다. 22-24로 뒤지던 우리카드는 외인 알렉스 페헤이라의 서브 에이스로 결국 세트를 26-24로 뒤집었다. 이때 또 불같은 성격의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등장했다. 알렉스의 서브 에이스 세리머니가 산틸리 감독을 자극했고 두 사람은 날이 선 대화를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여기에 신영철 감독이 끼어들었고 두 감독은 2세트 시작 전 나란히 레드카드를 받았다.
양 팀의 감독이 동시에 레드카드를 받는 진풍경은 리그 전체로 따져도 2013~2014시즌 우리카드-현대캐피탈전에서 당시 강만수-김호철 감독이 동시에 받은 이후 리그 통산 2번째였다. 결국 승부는 경기 내적인 면 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흥분상태를 누가 잘 제어하는지에 달리게 됐다.
이를 잘 이용한 것은 우리카드였다. 신영철 감독 1세트의 항의는 계산된 부분이 있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아마 제가 그렇게 항의를 한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나름 심판의 비디오판독이 애매했다. 그 순간 당황할지도 모를 우리 선수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항의를 강하게 하게 됐다. 감독으로서 할 것은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 감독의 항의 후 팀은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결국 세트 포인트를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큰 경기에서 얼어있는 선수들의 정신을 차리게 한 항의였던 셈이다.
2세트 직전 신경전은 알고보니 알렉스로부터 시작됐다. 1세트 내내 서브 당시 대한항공 코치진들에게 한국어로 이름을 계속 불린 알렉스는 세트를 따내는 서브 에이스를 따낸 후 보란 듯이 대한항공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했고 산틸리 감독이 이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촉발된 신경전이 알렉스-산틸리 감독에서 신영철 감독-산틸리 감독으로 옮겨 붙었다.
산틸리 감독은 경기 후 알렉스의 발언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알렉스가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면서 “배구 경력이 35년인데 그런 말로 흥분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알렉스는 “경기 중 자꾸 서브 때 이름을 불러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알렉스 역시 산틸리 감독이 쉽게 흥분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도발을 계산에 깔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렉스는 경기 후 “산틸리 감독님이 흥분하실 것을 알고 있었다”고 웃어 보이며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흥분하면 집중을 해 더 경기를 잘 한다. 상대는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답했다.
거친 항의와 과한 세리머니 그리고 트래시 토크에 의한 신경전 등 14일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어느 정도 인정이 되는 범주 안에서 두 팀이 경기 외적으로 어떻게 맞서는지 그 열기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과연 우리카드의 이러한 도발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결과는 15일 경기가 끝나보면 알 수 있다.
장충|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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