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차량 진입 금지, '수익자 부담 원칙'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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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이 14일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대해 세대별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이날부터 단지 입구에서 모든 배송 절차를 마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이달 들어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았고, 택배노조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 입구가 낮아 택배차량이 드나들 수 없는 아파트가 적지 않고, 그런 아파트 가운데 일부가 일방적으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으면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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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저임금…위기의 택배노동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4일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대해 세대별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이날부터 단지 입구에서 모든 배송 절차를 마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이달 들어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았고, 택배노조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둘러싼 갈등은 이 아파트만의 일도,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놔두기에는 이미 가볍게 볼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됐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보행 안전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는 것을 무턱대고 뭐라 할 수는 없다. 입주자 차량을 비롯해 대부분의 차량이 단지 입구부터 지하로 다니도록 설계한 아파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지도 제법 됐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 입구가 낮아 택배차량이 드나들 수 없는 아파트가 적지 않고, 그런 아파트 가운데 일부가 일방적으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으면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택배노동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건 갑질이나 다름없다.
택배노동자들의 호소에 조금만 귀 기울여봐도,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부터 손수레로 각 세대의 문 앞까지 일일이 짐을 옮기려면 고충이 얼마나 가중되는지 모를 수 없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3~4시간 늘어나는 건 기본이다. 어떤 노동자들은 제 돈을 크게 들여 짐칸 높이를 낮게 개조하는데, 짐을 부릴 때 몸을 일으킬 수 없어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고 한다. 택배노동은 이미 초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의 대명사다. 짐을 나르다 눈을 감거나,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눈을 뜨지 못하는 과로사가 그치지 않는다.
택배노동자들의 추가 노동을 요구하려면 늘어나는 시간을 비롯해 추가되는 비용만큼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게 상식에 맞는다. 이른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얼마나 어떻게 더 부담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문 앞까지 택배 물건을 옮겨주는 대행업체를 썼는데, 비용의 절반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사실상 ‘합의’라는 허울 아래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이를 넘어서려면 지자체들이 지역 실정에 맞는 표준규약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택배업체들이 여기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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