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강국' 한국, 비메모리는 10년째 점유율 3% 제자리 [글로벌 반도체 전쟁..韓 샌드위치 신세]

김서원 2021. 4. 14. 18: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美·中 등 세제·보조금 확대 
한국 '비메모리' 키울 기회 
과감한 투자·인력 양성 필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싸움의 한복판은 단연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시장이다.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열강이 파격적 지원책으로 '반도체 자급자족' 지원에 나서면서 기존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양강 체제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를 '전략자산'으로 규정한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인텔·엔비디아 등이 기존 우위를 넘어서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과감한 투자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비메모리 지각변동 예고…韓에 기회

14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IC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4498억달러(약 502조4300억원) 규모로, 이 중 메모리(33.2%) 시장의 두 배에 달하는 비메모리(65.8%)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43%)와 SK하이닉스(29%)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해 한국이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위주의 비메모리 시장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한 시스템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3.2%로 지난 10년간 정체상태다. 1970~1980년대 반도체 산업 초기에 기업들이 당장 성과가 나오는 메모리 쪽으로 양적 팽창을 한 결과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비메모리 쪽을 등한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나마 파운드리 사업 쪽에서 삼성전자(17%)가 2030년까지 1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업계 2위로 절대강자인 TSMC(54%)를 쫓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 패권 경쟁은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기존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중국·유럽 등이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대규모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7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해 아직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도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설계부터 공정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에 매년 신규로 필요한 인력이 1000명으로 추산되는데 대학·대학원 졸업 후 전문인력으로 배출되는 규모는 절반도 안된다"면서 "반도체학과와 기업 간의 산학 연계로 반도체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전략자산화'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 와중에도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전략적 모호성'을 기본방침으로 삼아왔으나, 바이든 시대엔 어려워졌다"며 "당장 중국에 있는 자국 기업 생산시설에 부정적 영향이 있는 만큼 외교통상적인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지원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부품·소재 등 후방산업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게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 상반기 美 투자계획 확정"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주도한 '반도체 회담'에 참석한 삼성전자는 이르면 상반기 내에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경제매체 아메리칸시티 비즈니스저널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늦어도 올여름까지는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지로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텍사스주 오스틴, 뉴욕주 버팔로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 설립에 착수하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가 될 것이며, 이는 약 18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대만 TSMC보다 더 많은 미국 고객을 확보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 대외협력 관계자는 "아직까지 새로운 공장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강규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