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대통령 언급 日오염수 '잠정조치' 절차·요건은

조준형 2021. 4.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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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성격의 잠정조치, 급박한 위험 또는 심각한 손상 입증이 관건
환담장 이동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라트비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대사 및 관계자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1.4.14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회의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 조치 및 제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관련 절차와 요건 등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잠정조치는 긴급한 피해 잠정 차단하는 '가처분' 조치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설명한 대로,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s)란 본안 판결이 나기 전, 긴급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당사자가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90조에 명시돼 있다.

잠정조치를 이해하려면 우선 국가 간 해양분쟁의 일반적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양분쟁과 관련 유엔해양법협약(이하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이 대화를 통해 해결되지 않은 경우 일방 분쟁 당사자가 요청하면 분쟁은 관할권을 가진 재판소에 회부되고, 재판소는 분쟁 당사자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수반하는 '의무적 절차'에 들어간다.

의무적 절차에 대한 관할권은 국제해양법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중재재판소, 특별중재재판소 등 4개 재판소가 가진다. 만약 한일이 소송 절차에 들어갈 경우 양측이 사전 선택한 재판소가 일치하면 해당 재판소로 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중재재판소가 관할권을 갖는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소송을 벌일 경우 2013년 중국과 필리핀 간에 그랬던 것처럼, 중재재판소가 관할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 중재재판소 재판부 구성에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긴박한 피해를 막을 필요성이 있다고 한쪽 당사자가 판단하면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고, 중재재판소 재판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조치에 대해 먼저 판단하게 된다.

한일 모두 당사국 자격인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하면, 분쟁의 당사자가 잠정조치를 요청한 경우 요청시점으로부터 2주 이내에 당사자가 어느 재판소로 가져갈지 합의하지 않는 한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분쟁 당사자의 이익을 보전하거나 해양 환경에 대한 심각한 손상을 막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잠정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이것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담겨있는 탱크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13일에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2021.4.13 chungwon@yna.co.kr

위험의 급박성, 손상의 심각성 등 인정받아야

잠정조치 여부의 관건은 당사국에 대한 심각한 손상 또는 실재하고 급박한 위험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임한택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재판소가 잠정조치를 명령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권리에 대한 실재하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심각한 손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의 경우 2년 후에 시작될 예정인 만큼 현 시점에 당장 잠정조치 요청 및 명령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대로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 금지와 같은 잠정조치를 요청할 경우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에 실재하고 급박한 위험이 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정조치가 이뤄진 사례들이 여러 건 있지만 급박한 위험과 심각한 손상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잠정조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전례도 있다.

일례로 아일랜드는 2001년 영국 서부 해안의 셀라필드에 건설된 우라늄·플루토늄 복합산화물(MOX) 생산공장이 방사능 누출로 자국의 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공정허가의 중지 및 핵폐기물의 해상운송 중지 등 잠정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협력해 정보공유, 감시, 오염방지 조치를 협의하라는 취지의 잠정조치를 내리는 데 그치며 아일랜드의 핵심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해양법 협약 채택 전인 1974년 터키가 그리스와의 대륙붕 관할권이 중복된 수역에서 국영석유회사의 탐사를 허가하고 탄성파 검사를 위한 조사선을 출항시키자 그리스는 터키의 탐사활동이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탐사 중단을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신청했는데, ICJ는 그리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임한택 교수는 소개했다.

잠정조치를 취하려면 그리스가 대륙붕에 대한 자신의 권리가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나 터키의 탄성파 탐사활동은 해저나 하층토에 시설물 설치를 요하지 않는 일시적 성격으로서, 회복 불가능한 물리적 피해를 줄 위험은 없다는 것이 ICJ의 판단이었다.

문대통령, 일본대사에게 오염수 해양 방류 우려 표명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를 표명한 것 등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14 jjaec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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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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