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틸리 "알렉스가 트래쉬 토킹"vs "내 이름 그만 좀 불러"(종합)

이재상 기자 2021. 4. 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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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사령탑이 격한 항의로 자멸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1세트를 가져간 우리카드 알렉스 선수 등을 향해 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평정심을 갖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사령탑이 경기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무대서 감독이 흔들리면서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대한항공의 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우리카드는 3차전 승리로 먼저 2승(1패) 고지를 밟으며 창단 첫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우리카드 에이스 알렉스 페헤이라는 20점, 공격성공률 63.63%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알렉스의 활약 외에도 승패를 가른 중요 변수가 있었다.

바로 시즌 내내 문제로 지적됐던 산틸리 감독의 과도한 항의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산틸리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KOVO컵대회부터 격한 항의와 액션을 선보여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승부욕이 강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과도한 항의로 팀 분위기까지 흔들 때가 많았다.

산틸리 감독은 올 시즌 경고 7회와 세트 퇴장 1회를 포함해 총 9차례 제재를 받아 프로배구 출범 후 최다기록의 불명예를 얻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과 산틸리 감독은 1세트 초반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1세트 8-8에서 정지석의 더블 컨택 판정을 두고 비디오판독 끝에 오심이 선언되자 신 감독은 정장을 집어던지며 격하게 항의했다. 이로 인해 한참 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신 감독은 경기 지연으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이 장면을 돌아보며 다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 의도된 액션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강한 항의를) 처음했다"며 "판독도 애매했다.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해서 의도적으로 했다. 감독이 해야할 것은 해야 한다.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뿐만 아니라 산틸리 감독의 항의도 경기 내내 이어졌다. 인아웃 판정이나 터치아웃 판정 등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격하게 소리를 냈다.

사건은 1세트 막판에 벌어졌다. 22-24까지 밀렸던 우리카드는 알렉스의 연속 서브가 터지며 25-24로 경기를 뒤집었다. 곧바로 알렉스의 강력한 서브에이스가 터졌고, 알렉스는 상대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순간적으로 산틸리 감독이 이를 참지 못하고 시비가 붙었고, 이례적으로 감독과 선수 간의 싸움이 발생했다. 결국 권대진 주심을 2세트를 앞두고 신영철, 산틸리 감독에게 모두 2세트 옐로 카드를 줬다.

이 장면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이 엇갈렸다. 산틸리 감독은 "내게 이탈리아어로 뭐라 했다. 트래쉬 토크를 했는데, 내일 경기 승리로 갚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오버액션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산틸리 감독은 "경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게임은 게임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배구는 해야 한다.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내일 다른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경기 후 수훈 인터뷰를 한 알렉스의 말은 달랐다.

알렉스는 "특별한 건 없었고, 내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 이야기를 했다. 상대 벤치에 있던 코치들이 계속 내 이름을 불러서 그 부분을 지적했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1세트를 가져간 우리카드 선수 등을 향해 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산틸리 감독의 생각과 달리 이 장면으로 완전히 흐름이 엇갈렸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어딘가 모르게 엇박자를 내며 무너졌다. 2세트 초반에도 나경복의 연속 서브에이스가 터지며 스코어가 벌어졌다.

신 감독은 노련하게 선수들을 이끌며 냉정을 되찾게 했다. 계속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산틸리 감독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신영철 감독은 "어떤 상황 오더라도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했다. 챔프전에서는 상대에 한번 휩쓸리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는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되찾기는 어려웠다.

우리카드는 완벽하게 기 싸움서 승리하며 중요한 챔프전 3차전을 잡아냈다. 우리카드 나경복은 "상대 사령탑이 흥분한 상황에서 우리가 기죽지 말고 더 뛰어다니자고 했던 것이 잘 풀렸다"고 웃었다.

앞서 15차례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1패로 맞선 채 3차전에 돌입한 사례는 총 7번이다. 이 중 3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했던 것은 6번으로 확률은 85.7%에 달했다.

챔프전 4차전을 15일 오후 3시30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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