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공공기관장 성폭력시 여가부 직접 개입할 것"
"문재인 5년 '성평등 정책' 긍정적..여가부 폐지론에는 '좌절'"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사례처럼 공공부문 기관장이 성희롱·성폭력 사건 가해자일 경우 여가부가 직접 개입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가부 장관이 사건 발생기관에 대해 현장점검, 시정·보완 요구를 할 수 있게 돼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부문 성폭력·성희롱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개정된 성폭력방지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성폭력·성희롱 사건 발생 시 기관장이 여가부에 통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해야 한다.
정 장관은 "그간 피해자 보호 업무를 제외하고 현장 조사, 가해자 처벌 관련 부분에서 여가부의 역할은 제한됐다"며 "부분적이긴 하지만 현장 점검, 시정 ·보완 요구 등이 가능해져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장관은 "인권위 시정권고 불이행 시 여가부 장관이 시정명령권을 도입하는 제도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관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고위직 대상 폭력예방교육도 별도 운영하고,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직진단·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지난 1월 '2차 피해'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따른 피해방지를 위한 지침 표준안을 배포했다. 각 부처가 이를 현장에서 잘 적용할 수 있도록 2차 피해 사례에 대한 참고자료도 제공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박원순 전 시장의 피해자의 서울시청 복귀 논의가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기관장의 의지, 기관 내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한 해결 요인이 된다"며 "피해자가 일자리로 돌아가 일상을 되찾을 수 있고,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관 내 시스템을 잘 마련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의당과 서울시 상황을 비교하면서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며 "모든 조직에 동일한 대책을 (여가부가) 마련해 주기보다 2차 피해나 성희롱·성폭력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강화, 모니터링,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표준안을 마련해 주는 게 낫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기관장이 가해자가 돼 더 이상 기관 내 조치가 불가능할 때 저희가 개입한다든지, 여러 제재 장치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성범죄 유형이 나와 피해 확산 속도도 빠르고 규모도 크다"며 "이에 대처하고자 권익침해방지과 신설, 온라인 그루밍 처벌 및 위장수사 제도화 등 대응체계와 처벌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원구 세 모녀를 숨지게 한 김태현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한계가 잇따르는 데에도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범죄 근절을 지시했다"며 "반의사불벌죄, 피해자 보호 명령 등을 법무부, 경찰청과 협의해 피해자 보호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고, 이들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 장관은 최근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정 장관은 "할머니들 연세도 많으시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될 정도로 건강상태도 안 좋으신데 민간연구소나 전시관, 역사관이 보유한 할머니들의 기록을 잘 보관하는 것도 과제"라며 "전문가, 민간단체 의견을 청취해 정부가 할머니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요구에 대해서는 "제소 관련 부처는 외교부고, 여가부는 할머니들 입장을 존중해 잘 듣고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절차적·실효성 문제 등 고려 요소가 많다"고 답했다.
또 "회복을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한데 저희가 할 수 없다 보니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고 고려하는 중"이라며 "제소 이외에도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인권 존중, 여성 인권 등을 위안부 연구소와 민간 기관과 연계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임기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제지수 순위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여가부 폐지론'이 나오는 데에 정 장관은 "복지부에서 백신 수급 차질이 있다고 해도 폐지론이 불거지지 않는 반면 여가부는 어떤 이슈가 나오든 '폐지하라'는 반응이 나와 좌절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좌절하게 되고, 넘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대 못 미친 상황이 있지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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