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24시]'택배차 출입금지'..아파트 주민 직접 마련한 전동카트 대안 될까?

정영재 기자 2021. 4.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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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택배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검색해보고, 기다리고,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까보는 게 '소확행'이 된 시대. 택배 주문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택배 기사가 들어가지 못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단 건 이상한 일입니다.


○택배차 못 들어가는 지하주차장...지상은 출입 금지


요즘 짓는 아파트들은 주차장은 대부분 지하에 만듭니다. 지상은 공원으로 만들어 차량이 다니지 못하게 합니다. 차들은 지하로만 다닐 수 있게 했지만 정작 택배차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하주차장의 높이는 평균 2.3m 택배용으로 쓰는 차량은 들어가지 못합니다.

3년 전 주차장 높이를 2.7m로 높이도록 법률을 개정했지만, 그전에 만들어진 아파트들은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지상 진입도 허락하지 않는 아파트들이 전국에 170곳 가까이 됩니다. 직접 수레를 끌고 배달을 해야 하다 보니 배달을 거부하는 사태가 생기는 겁니다.

주민들이 마련한 전동카트
○주민들이 마련한 택배용 전동카트


세종시 호려울마을 10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골프장에서 볼 법한 전동카트 2대가 서 있습니다. 택배차가 들어오고 기사는 차에서 내려 카트를 끌고 옵니다. 상자를 옮겨 싣고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높이 제한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주민들이 마련한 겁니다. 1대당 천만 원이 넘습니다. 아파트가 가진 적립금으로 구매해 타이어 교체비 등 유지 비용도 직접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도 택배 노동자와 1층 진입 문제로 2016년 입주 초부터 갈등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택배 노동자들과 만나 합의점을 찾아 나갔습니다. 박경철 입주자대표는 "무작정 진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만나며 합의점을 찾아 나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프장 카트와는 조금 다른 건 짐칸에 판을 덧 대 짐도 더 쌓을 수 있습니다.

손우택 관리소장은 "명절과 같이 물량이 많을 때 짐을 다 실을 수 없다는 택배 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직접 개조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레로 택배를 옮기고 있는 택배 노동자
○비좁은 짐칸…. 같은 시간 몰리면 직접 수레로


전동카트가 택배 대란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직접 확인하러 가봤습니다. 택배 물량이 많다 보니 카트 한 대에 다 싣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가까운 곳은 손수레를 이용해 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시간 택배회사 4곳이 몰렸습니다. 카트는 먼저 온 2곳이 사용 중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그래도 카트가 있어 걷는 것보다 빠르고 편해 다행이라면서도, 비가 오는 날 옮겨 싣다 상자가 다 젖어 불편한 점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카트가 고장이 나 수리를 할 때는 유동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택배 차량이 진입 불가능한 주차장 높이
○아파트마다 제각각…."시간제 진입이라도"


직접 만나본 택배 노동자들은 아파트마다 방법이 제각각이라고 설명합니다. 세종시의 다른 아파트에선 천막을 씌울 수 있는 전기 트럭을 두고 옮겨 배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대안은 뭘까 들어봤습니다. 가장 원하는 건 '시간제 지상 주차장 진입'입니다. 일정 시간을 정해 들어갈 수 있도록 진입을 허락해달란 겁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또는 공원으로 이용하는 지상 시설물 파손 등을 이유로 열어주지 않다 보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런 결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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