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게 대리 수능시킨 선임병..2심도 징역 1년 실형

후임병 대리시험 시켜 대학 지원 혐의
1심 "가장 극단적 부정행위" 징역 1년
2심 "후임병, 자발적·적극적 범행 아냐"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같은 군부대 후임병을 시켜 대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임병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최병률·원정숙)는 1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4)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후임병 B씨가 자발적·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지만 B씨는 A씨로부터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도박빚이 1000만원이다. 극단적 선택도 생각했다. 대신 수능을 봐달라'는 말을 듣고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또 "B씨는 자대배치받은 신병, A씨는 병장이었다"면서 "B씨는 대가를 받지 않고 대신 수능을 봤고 A씨는 B씨가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점검한 점에 비춰보면 B씨가 자발적·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변론 과정에서 양형을 종합하면 1심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과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당시 후임병이었던 B씨를 시켜 서울 시내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본인 대신 시험을 치르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험표에는 B씨가 아닌 A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대신 치른 수능 점수로 같은해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지역 3개 대학에 지원했고 그중 한 대학의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국민신문고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자료를 이첩 받아 조사를 벌인 뒤 군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민간인이 된 A씨를 경찰은 불구속 입건해 수사에 나섰고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송치했다. 검찰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교육청 제보와 언론 보도로 범행이 밝혀지자 스스로 수사기관에 자수했고 부정 합격한 대학에서 자퇴했다.

1심은 "A씨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학 입학시험에서 대리시험이라는 가장 극단적 형태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B씨는 A씨의 지위와 관계를 고려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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