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 솟구치도록 밀어올리는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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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을 다해 합금판벽을 밀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영상을 가득 채운다.
어둠 속에서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밀기에 열중하는 그들.
<미는 사람들> 을 비롯해 <별자리표> (2017), <필드 오브 논―필드> (2017), <능지: 기록 사진의 전율> (2002) 같은 작품들은 영상 속 인물들의 움직임과 소품 배치 등에서 묘사적인 그림의 구도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능지:> 필드> 별자리표> 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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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을 다해 합금판벽을 밀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영상을 가득 채운다. 어둠 속에서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밀기에 열중하는 그들. 얼굴 표정은 안 보여도, 힘줄 솟구친 수많은 손이 금속판을 부여잡고 미는 모습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의 감동을 안긴다. 생존에 대한 절박한 의지와 욕망이 화면 전면에서 뿜어져 나온다.
지금 서울 소격동 선재아트센터 2층 전시장에 가면, 들머리 컨테이너 상자 속에서 어느 리얼리즘 회화보다도 핍진하게 묘사된 노동군상의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대만의 반체제 운동가 출신으로 세계적인 리얼리즘 영상작가 반열에 오른 천제런이 2007~2008년 작업한 대표작 <미는 사람들>이다. 굉음이 울리는 가운데 묵묵하게 쇠벽을 밀어올리는 무미건조한 노동이지만, 관객은 바로 이 몸짓 자체에서 인간의 내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달 초 시작한 천제런의 국내 첫 개인전에는 ‘상신유신’(傷身流身)이란 제목이 붙었다. ‘상신’은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입은 몸, ‘유신’은 변화하는 몸을 뜻한다. 출품작들은 대체로 이런 제목의 의미와 호응하면서 2000년대 이후 인류가 기술적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시스템의 부속물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상들을 보여준다.
천제런의 영상들은 회화성이 뚜렷하다. <미는 사람들>을 비롯해 <별자리표>(2017), <필드 오브 논―필드>(2017), <능지: 기록 사진의 전율>(2002) 같은 작품들은 영상 속 인물들의 움직임과 소품 배치 등에서 묘사적인 그림의 구도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작가는 화면의 흐름을 정지시키거나 천천히 흘러가게 하는 ‘슬로샷’을 주로 구사하면서 그만의 상징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지난 20여년간 고뇌해온 과거의 역사적 고통과 미래 기술시대에 대한 음울한 상상력을, 지하실의 벌거벗은 인간군상, 소외된 노동자들의 절규와 노래 등을 배경으로 진중하게 펼쳐 보인다. 5월2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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