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접종소 90% '재고 있음'.."약국서도 원하는 백신 언제든 맞아요"
맨해튼 접종소 대부분 물량넘쳐
예약 안해도 줄서는 불편없어
불법 체류자도 차별없이 접종
◆ 희비 엇갈린 韓·美 백신접종 ◆
현장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 지난달 중순부터 며칠을 매달려 '광클릭' 끝에 간신히 접종 기회를 얻었던 상황과 너무 대비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뉴저지의 한 종합병원에서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보름 만에 옛날이야기가 됐다. CVS 한편에 마련된 백신 접종 장소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이곳에 온 이들은 전날 대수롭지 않게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사람이었다. A씨는 "전날 아침 CVS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집 주변에 5개 CVS에 백신이 있다고 떴다"며 "백신 종류도 화이자, 모더나, 얀센 중 택할 수 있었고 3분도 안 돼 예약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A씨는 1차 예약을 하면서 4주 뒤 2차 접종 예약까지 마쳤다. 백신 '종주국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직 국민 대다수가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한국과는 너무나 확연한 차이다. 더구나 한국은 정부가 장담했던 백신이 예정대로 도입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달 전 기자는 접종 기회를 얻기 위해 관련 사이트 수십 곳을 넘나들며 '새로고침'만 수백 번을 한 끝에 지난달 말 1차 접종을 마쳤다. 당시에는 백신 선택이 불가능했다. 예약에 성공한 곳은 '모더나'로 지정돼 있었다. 2주 전만 해도 주요 사이트에 다음 날 공급량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기회가 사라졌다. 하지만 13일에는 밤 11시에도 예약 기회가 남아 있었다. A씨는 사실 내심 걱정이 많았다. 영주권자가 아닌 데다 현지 보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신분증만 제시하니 1분도 안 돼 접종을 완료할 수 있었다. 보험서류, 거주지 증명 등 흔히 요구되는 서류조차 확인이 없었다. 대기도 없었다. CVS가 약 15분 간격으로 시간대를 나눠서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의료기관을 찾을 때마다 겪는 두 가지 고통이 있다. 기약 없는 대기, 상상을 초월하는 의료비가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 현장에는 이 두 가지가 없다.
한달전 예약하려 '광클' 전쟁
이젠 3분만에 예약 다음날 접종
美, 총접종분 2억 건에 육박
65세 이상 접종률은 79.2%
바이든 "얀센 말고도 6억회분
전국민 맞을 물량 충분" 여유
티넥에 있는 한 대형 병원에 화이자 백신이 남았다며 오후 8시까지 예약 없이 방문해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글이었다. 한국인 전담 직원이 접종을 안내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 있었다.
한국에서 뉴욕으로 출장을 온 B씨. 급한 업무 때문에 무비자로 한 달째 체류 중인 그는 주변에서 다들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신청할 생각도 못했다. '비거주자' 신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 약국체인을 통해 백신 접종 예약을 했다. 거주지는 호텔로 적었다. 예약일인 지난 12일 '라이트에이드' 약국에 가보니 비거주자 차별은 없었다.
실시간으로 남는 백신 접종처를 알려주는 '백신파인더'를 보면 공급 초과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13일 오후 10시. 늦은 시간이지만 기자가 사는 곳 반경 25마일 이내 백신 예약이 가능한 곳을 조회해보니 접종 장소 50곳 중 33곳에 백신이 있다고 확인됐다. '스톱&숍' '숍라이트' 같은 대형 슈퍼, CVS 같은 약국체인 등 다양한 접종 장소에 백신이 남아 있다고 떴다. 같은 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을 검색해보니 접종 장소 50곳 중 45곳에 백신 재고가 있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기약이 없던 시기, 여기저기 예약을 걸어뒀더니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메일이 오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가능해졌으니 스케줄을 잡으라는 안내 이메일이다.
뉴욕주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 이제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기저질환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코로나19 검사 시 검사비를 받는 곳이 꽤 많다. 특히 결과를 빨리 받기 위해 급행료를 내는 곳도 있다. 하지만 백신만큼은 100% 무료다. 불법체류자라고 차별하는 것도 없다.
접종률 상승과 함께 미국 소비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도심 레스토랑과 교외 공원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항공을 포함해 교통도 활기를 띠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인 얀센 백신이 혈전 발생 부작용 우려로 접종이 중단됐지만 별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나는 우리에게 존슨앤드존슨(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mRNA(메신저 리보핵산) 6억회분이 있다는 걸 분명히 한 바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채택한 방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충분한 백신이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인 100%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화이자는 미국에 5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백신 계약 물량을 10% 초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앨버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10% 초과 공급으로 미국 정부와 계약한 총 3억회분의 백신 인도 시점이 7월 말에서 2주 앞당겨진다"고 밝혔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택배 지하철역서 찾아가라"…더 꼬인 강동구 신축 아파트 택배대란
- [르포] 논란 끝 폐업 `용인 리얼돌 체험방` 가보니
- 당직자 폭행 물의 송언석, 7일만에 국민의힘 탈당
- 김종인·금태섭 곧 회동…제3지대 탄력받나
- 백신 넘치는 맨해튼…출장 온 외국인도 호텔 근처서 무료접종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롯데는 어쩌다 ‘지친 거인’이 됐나 [스페셜리포트]
- “필리핀서 마약” 고백은 사실…김나정, 필로폰 양성 반응 [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