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통신' SK텔레콤, 투자전문사 만든다

임영신 2021. 4.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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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37년만에 기업분할
신설회사의 자회사로 바뀌는
하이닉스, 투자 운신폭 넓어져
박정호 "계속 성장하는 회사로"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둘로 나뉜다. 인공지능(AI) 기반 통신사업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로 쪼개지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기업 분할에 나선 것은 1984년 창립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중간지주사인 ICT 투자전문회사 설립을 계기로 비(非)통신 분야의 신사업 자회사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시가총액 100조원 안팎의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도 좀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4일 자사를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와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을 신설회사 '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의 공식 명칭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자회사들도 재배치한다.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 아래에 유선통신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해 통신 관련 회사를 두기로 했다. ICT 투자전문회사 밑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신사업 자회사를 배치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온라인 타운홀미팅에서 "지금까지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기업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맞춰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국내 1위 통신사업과 미래 먹거리로 공들여 키워온 비(非)통신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맞는 경영 구조와 투자 기반을 갖춰 기업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이른바 뉴ICT사업은 작년 SK텔레콤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새 지배구조에서도 SK(주)의 손자회사임에는 변함이 없다.

또 대규모 인수·합병(M&A)에는 제약이 여전하다. 다만 SK텔레콤이 아니라 신설 투자전문회사의 자회사로 바뀌면서 향후 투자 운신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설되는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는 중책도 맡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투자전문회사와 SK(주)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달새 15% 오른 SK텔레콤, 회사 쪼개 반도체 ICT 투자 확대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ICT 투자전문회사 새로 출범
11번가·ADT캡스 등 거느려
올해 IPO 추진해 경쟁력 확보

"중간지주사와 SK 합병 안해"
"SK텔레콤 사업가치가 25조원이고, 서브파티(뉴 ICT 자회사)가 10조원, SK하이닉스가 100조원으로 총 140조원이 돌아가는데 주가 상승으로 연결이 안 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지배구조 개편 착수를 공식화하며 했던 말이다.

14일 SK텔레콤이 기업분할에 나선 데엔 뉴 ICT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박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도 기업가치 제고라는 게 SK텔레콤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첨단 기술을 결합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 동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기업분할을 통해 회사를 둘로 나눴다. 각 회사 역할이 다르다. 우선 기존 통신 사업을 중심으로 한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 AI 기반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ICT 투자전문회사는 비통신 분야 신사업에 집중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신규 사업이 배치된다. 그동안 이들 회사는 기존 지배구조에선 '통신 산업' 틀에 갇혀 있었다. 투자회사 밑으로 배치하면 통신 사업과 분리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기업공개(IPO)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증시 입성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투자에 나서는 식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유리하다.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은 내년에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을 따르려면 내년부터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다.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지분을 약 10% 끌어올리기 위해 1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SK하이닉스 변화는 크지 않다. SK텔레콤은 신설될 투자 중간지주사를 SK(주)와 합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SK(주)의 손자회사로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M&A 경쟁에 참전하려면 그 지위가 SK(주)의 자회사로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중간지주사인 투자회사와 SK(주)의 합병 수순을 밟아야 한다. 새 지배구조상에선 대규모 M&A는 여전히 제약이 많지만 ICT 투자전문회사의 자회사가 된 만큼 지금보다는 투자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ICT 투자전문회사와 SK(주)의 합병 가능성에 여전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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