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 4800명 양성" 정부 뒤늦게 팔걷었지만..

오찬종,박재영 2021. 4.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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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인력 수급난 심각
"대학별 연구소 정원 늘려야"
정부, 반도체특별법도 검토

◆ 위기의 K반도체 ③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14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방문 및 학계 간담회`를 마친 뒤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메탈이 증착된 반도체 웨이퍼의 표면을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최근 반도체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선 대기업들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풀 자체에 씨가 말랐다. "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이 지속될 경우 반도체 산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선 기업과 학계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는게 일치된 의견이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정부가 잇달아 인력양성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미래 반도체 리더십 확보를 위해선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기술인력은 지난 2019년 기준 3만6000명으로 10년 후엔 5만 명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매년 1500명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반도체산업은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고급 인력의 확보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절실하다.

특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량 등 신산업 성장과 함께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설계기술과 우수 인력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공정 노하우와 설비 확보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점차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생산 과정에도 고급 설계 기술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필수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반도체 관련학과 신설과 함께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정원 규제로 인해 수도권 대학은 반도체 학과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어 신설한 반도체공학과가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다. 하지만 정원은 각각 50명, 30명에 불과하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산업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며 "혜택제공과 투자 등 직접적인 지원책 외에도 인력 양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인력 수급난에 허덕이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방문해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성 장관은 이날 2년간 4800명 반도체 인력 공급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특화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전공트랙을 내년도에 신설한다. 설계전공트랙 이수자는 졸업 후 팹리스 취업시 추가교육 없이 실무투입이 가능하도록 교육하고, 반도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팹리스 채용연계도 지원할 예정이다. 석·박사급 인재 로드맵도 내놨다. 정부와 민간이 합동 투자해 10년간 총 3000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성장관은 "금일 제기된 인력양성을 포함해 지난주 제기된 반도체 업계 요청사항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국내외 반도체 산업의 여건, 타국 입법동향 등을 감안하여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양성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석·박사 인력 위주인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당장 업계에서 겪고 있는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라며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소 반도체 업체의 경우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 자체를 구할 수가 없다"며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으며 일반 제조업체도 반도체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으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단기적으로 현재 일부 대학 위주로 설치된 반도체 연구소 팹(공장) 수용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 시스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단순히 양성되는 반도체 인력 숫자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현재의 반도체학과 전공을 보다 특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되고 분야가 점차 넓어지면서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과 대학 등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동떨어진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분야가 너무 방대해졌기 때문에 한 학생의 관련 산업의 모든 분야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더욱 세부적으로 특화된 전공의 반도체학과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육 과정의 지원 확대와 함께 초등·중등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반도체 산업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산업과 직결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선 고가의 실험 장비 등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수"라면서 "학생 개인으로도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반도체 산업이 가치있는 분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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