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쇄신 불길 빨리 식어..조국 사태도 패배 원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 14일 “초선의원들이 용기내 지핀 당 쇄신의 불길이 불과 며칠만에 빠르게 식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재·보궐 선거 패배와 관련 없다는 당내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패배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쇄신과 관련해 할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20·30대 젊은 초선의원들이 상당히 용기를 냈다”며 “이들이 용기를 내 당 쇄신을 위한 불길을 지폈는데 불과 며칠만에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선의원들의 (성명) 발표 이후 구체성 있는 반성이나 쇄신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선의원에 이어 재선·3선 의원들도 재보선 패배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 강성 지지층 반발 등이 겹치며 ‘반성과 혁신’의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담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쇄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상태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총선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진단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한 민심 악화도 재보선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김 전 최고위원은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호중 의원 등 친문 주류 의원들은 지난해 총선 때 ‘조국 사태’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며 재보선과는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총선은 당시 코로나19 방역을 해외 다른 국가들보다 잘하면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이 조국 사태만으로 패배한 건 아니지만, 여러 패배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정당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시발점이 된 사건이 조국 사태”라고 평가했다.
‘조국 사태’에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20·30대 의원들을 향한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등 강한 반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열성당원들이 유튜브에 특정 정치인의 전화번호를 찍어서 조직적으로 하루에 수천통씩 보내는 수준에 이르면 정치적 의사표현을 넘은 것으로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다양성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는 문제”라며 “당 지도자 반열에 있는 분들께서 단호하게 자제를 촉구하고, 당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한 김 전 최고위원은 ‘조·금·박·해’의 일원이었다. ‘조·금·박·해’는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등 20대 국회 초선 ‘소신파’ 의원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재선에 성공한 조응천·박용진 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친문 용퇴’ 등 강력한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조응천, 민주당 지도부에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젊은 의원들 보호하라”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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