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승진 인사때 군가산 인정 안한다

승진심사때 복무기간 반영안해
내부선 "군필자만 바보만드나"
공기업내 경력 배제 확산 조짐
안팎서 역차별 논란 일파만파

한국전력공사에 이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군 경력을 승진 자격 기간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군 경력 지우기'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입사한 한전과 한수원 직원들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비합리적인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4일 한수원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인사 관련 규정 및 지침 개정안'을 마련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군 경력을 승진 기간에 반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에 따라 3직급 승격 자격 기간에 군 경력 반영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승진심사에 필요한 재직 기간을 군 복무 기간까지 넣어 채울 수 있었지만, 더는 이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한수원은 군 경력 반영 폐지에 따라 승진시험 응시 인원이 급감할 가능성을 고려해 응시 자격을 기존보다 1년 단축하기로 했다. 앞서 한전도 입사 전 군 경력을 승진 자격 요건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승진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급여 부분은 기존처럼 군 경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새로운 인사관리지침을 공포할 예정이다. 한전은 4직급(대리·과장)에서 3직급(차장)으로 진급할 때 시험을 통해 진급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군 경력을 포함해 만 6년 이상 근무한 자'에게 승진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변경되는 제도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입사 전 군 경력을 미포함한 만 4년 이상 근무한 자'만 진급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한전은 "현재 입사 전후 군 경력을 승진 자격 요건에 반영하고 있으나,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와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승진 자격의 군 경력 배제 전환은 공기업 내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력 업계 양대 기관인 한전과 한수원을 따라 6개 발전 공기업이 뒤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승진제도 개선 검토 내용이 알려지자 한전과 한수원 내부에선 군필자 등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전 재직자들의 불만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한 재직자는 "사내 소식을 뉴스로 알았다. 왜 공론화를 안 했는지 사측과 노조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제도 개편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될 직원들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졸속 개편을 추진한 어용 노조를 이번 기회에 갈아치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직자뿐 아니라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2년간의 기대소득을 보전해주고 승진 우대와 정년 연장을 다 해준다고 해도 날아간 시간과 트라우마는 해결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것에 대해 인정해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차별 대우를 한다는 게 서럽다" 등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저는 딸도 있지만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로서 군 복무는 당연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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