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자 대금 5%씩 떼어먹은 'GS리테일'에 54억 과징금

SSM '갑질' 사례 중 최고액 부과

[경향신문]

납품업자에게 줄 대금의 5%씩을 떼어먹고 시즌 상품을 부당 반품하며 파견 직원까지 맘대로 활용한 GS리테일이 약 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불공정 ‘갑질’ 혐의로 부과받은 과징금 중 최고 액수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GS슈퍼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53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은 2016~2018년 ‘발주 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한우 납품업자에게 월 매입 대금을 지급할 때 5%를 일률적으로 떼고 주는 식으로 총 38억8500만원을 수취했다. 납품업자들은 납품액이 급감할 때도 매월 5%를 GS리테일에 고정적으로 떼이면서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상품 판로를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업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로부터 금전, 물품, 용역 등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지점을 신규 오픈하거나 리뉴얼할 때 파견 조건을 미리 정하지 않고 46개 납품업자들로부터 종업원 1073명을 파견받아 자기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별다른 반품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빼빼로’ 등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팔리는 시즌 상품 약 56억원어치를 반품하는 식의 갑질을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계약서 없이 146개 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 353억원을 수취한 사실도 적발됐다. 판매장려금은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 상품을 놓아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 등을 이른다. 유통업자는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받으려면 지급 목적·시기·횟수·장려금 비율 등에 대한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해야 한다. GS리테일은 26개 축산 납품업자들에게 판매촉진 비용을 떠넘기고, 일부 납품업자와 거래하며 계약서를 뒤늦게 주며 법을 어긴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대규모유통업 분야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생하는지 앞으로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