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등떠밀린 與野..이해충돌법으로 공직자 투기 막을까

이희수,성승훈 2021. 4.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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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법 무슨 내용 담겼나
부동산업무 맡은 공직자
땅 사면 14일내 신고해야
수의계약·가족채용 제한 대상
공공 산하기관·자회사로 확대
직무정보로 사익 취하면 징역형
與野, 8년만에 입법 합의
14일 오후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과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들이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권익위원회 한삼석 부패방지국장, 이건리 부위원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이승환 기자]
여야가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상임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로 법안 도입 요구가 거세진 만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가 토지 등을 구매한 경우 14일 이내 신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수의계약과 가족 채용 제한 대상도 공공기관은 물론 산하기관과 자회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LH 투기 의혹 사태로 공직자들의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2013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국회를 넘지 못했던 법안이 극적으로 여야 합의를 이뤘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합의안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당초 발의했던 안보다 적용 대상이나 처벌 수위가 강화된 내용이 담겼다.

일단 정부안에는 없던 '토지·부동산 신고 조항'이 신설됐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지·부동산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관련 토지·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매수했을 때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은 본인·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까지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인 시부모와 장인·장모까지 신고 대상에 넣을지에 대해 여야가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포함시키기로 했다. LH 사태로 국민적 분노가 거센 만큼 확실한 개선 의지를 보이자는 데 여야가 동의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민이 요망하는 부동산 투기 근절과 부정비리 척결에 여야가 모두 응답했다고 자평한다"고 강조했다. '토지·부동산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은 시행령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다시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약 189만명이다. 보다 강도 높은 규제 대상인 '고위공직자' 범위는 당초 정부안보다 넓어졌다.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무원은 물론 지방의원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는 언론 관련 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통해 이해충돌을 제재하겠다며 이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받는 공직자 가족 범위도 구체화됐다. 여야는 △사적 이해관계 신고 △직무상 거래 금지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금지에 따라 가족 범위를 달리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폭넓은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사적 이해관계 신고다. 민법 제779조에 따라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를 비롯해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500만~6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고위 공직자나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자회사에 채용될 수 없도록 했다. 공직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도 해당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했다. 당초 정부안은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제정안은 산하기관과 자회사까지 범위를 넓혔다.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그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규정했다. 또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날 소위에서 의결됨에 따라 4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수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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