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르자브종' 한번 키워보세요..집 반짝반짝 제가 보장해요"

김유태 2021. 4. 14. 1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신임 대표 전진경 씨
4년간 100마리로 불어난 개
얼굴 녹아내린 고양이까지
유기·학대동물 보호 앞장
후원그룹에 조수미·이효리
"입양은 최선의 동물보호"
이달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서는 '반려견 입양파티'가 열린다.

봄날의 강아지를 상상하면 마음이 푸근해지지만 사실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동물들 마음은 아직 한겨울 혹한이다. 보송보송한 흰 털이나 꼬물거리는 발가락은 여느 강아지와 같아도 학대 유기 도살 폭행에서 구조돼 목숨만 살린 강아지들이다.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KARA)'가 입양파티 '입양 ON, 펫샵 OFF-즐거운 나의 집'을 주최한다. 전진경 대표(사진)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선택받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매일 '입양은 최선의 보호'라는 각오로 출근합니다."

지난 1월 영하 20도 강추위에 경기 안성시의 트럭이 오가는 시골길. 막 태어나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어미견의 퉁퉁 분 젖을 문 채 발견됐다.

막 출산한 암컷 떠돌이견은 꽝꽝 언 한겨울 나뭇가지 아래서 맨몸으로 떨고 있었다. 구조된 새끼들은 설기·모찌·술이로 이름이 붙여졌다. 갖가지 사연이 있는 유기견 50여 마리가 입양파티에 나온다. 슬픈 과거와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가 넘치는 녀석들이다.

"동물에 대한 연민은 빠른 속도로 확대돼요. 개와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유기견과 유기묘로 이어지고, 방치개로 도살견으로 농장동물로 확대되니까요. 연민은 동심원처럼 번지지만 유기된 동물 문제는 해결이 아직도 요원해요. 입양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보세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에 희생된 강아지 40여 마리도 이번 입양파티에 참여한다. 애니멀 호딩이란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워 사육자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작년에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4년 만에 개체수가 100여 마리로 늘어난 파주 공장견 사건이 화제였다. 피떡에 배변, 터럭과 먼지로 뒤범벅된 강아지들은 카라에 구조돼 말끔한 표정으로 두 번째 삶을 기다린다.

"품종이 확실한 유기견은 금세 입양됩니다. 발바리들은 외면받기도 해서 너무 안쓰러워요. 하지만 영리한 행동으로 주인 말을 듣는 발바리는 최고의 선택이 될 거예요. 아 '시고르자브종'을 아세요? '시골+잡종'을 뜻하는 용어예요(웃음). 시고르자브종도 집에 가면 반짝반짝 빛이 난답니다. 제가 보장해요."

약학대학을 졸업한 전진경 대표는 외국계 회사와 대기업에 재직하면서 유기동물 자원봉사를 해왔다. 2014년부터 카라 상임이사로 지냈고 지난달 임순례 영화감독에게 '대표직' 바통을 넘겨받았다.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 슬픈 모습에는 눈물도 나지 않는 법"이라며 "생명과 삶, 그 사이에 놓인 동물의 고통을 매일 바라봤다"고 전 대표는 회고한다.

"얼굴이 녹아내린 고양이를 보셨나요. 비참한 사진을 올려 실상을 알려야 하는데, 그런 모습 앞에서는 셔터조차 누를 수 없어요. 카라 식구들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매일 생각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지 동물들이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성악가 조수미, 가수 이효리, 작사가 김이나, 배우 문소리·김효진,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과 일반인이 참여한 모금을 통해 최근 카라는 파주에 '카라 더봄센터'를 건립했다. 유기견·유기묘와 관련한 '표준'을 민간에서 제시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참고로 카라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1원도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비윤리적 안락사도 금한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밖에 모르는 아이들을 죽게 만들 수는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의 입양이 간절하지요. 동물을 보호하다 보면 심장이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아요. 하지만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동물들의 알려지지 못한 고통만 하겠어요."

[김유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