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 태우는 시멘트의 친환경 변신.."5년내 脫석탄 하겠다"

박봉권,이종화 2021. 4.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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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 산증인 홍사승 쌍용C&E 회장
시멘트 친환경 천지개벽
주에너지원 유연탄 대신
폐합성수지·타이어 활용
작년 대체율 29%→내년 60%
고온 소각 오염배출 없어
2025년 탈석탄 조기 달성
쓰는 전기는 우리가 직접
시멘트 폐열로 '자가발전'
5년내 친환경·시멘트사업
이익규모 동일하게 만들것

대담 = 박봉권 벤처과학부장

홍사승 쌍용C&E 회장이 서울 중구 쌍용C&E 본사에서 종합 환경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 [한주형 기자]
"5년 내 '탈석탄'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 환경 사업도 확 키워 친환경과 시멘트 사업 이익 규모를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겠다."

50년 이상 시멘트 업계에 몸담아 온 홍사승 쌍용C&E 회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시멘트 산업의 친환경 천지개벽을 선언했다. 시멘트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주 에너지원인 유연탄을 대신해 폐타이어·폐합성수지 등을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쓰레기 대란'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경제적 이익도 키우는 친환경 기업으로 확 변신한다는 것. 홍 회장은 "폐합성수지 등으로 연료를 대체하면 환경 분야에서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경제적 이익도 볼 수 있다"며 "환경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60년 만에 '쌍용양회' 간판을 떼고 '쌍용C&E'로 다시 태어났다.

▷시멘트는 국가에 꼭 필요한 기간산업이지만 성숙 산업이자 정체 산업이다. 시멘트만 갖고는 더 이상 기업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멘트 기업이 친환경 등에 투자하는 노력 없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시멘트에 환경 사업을 더한 종합 환경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쌍용C&E(Cement & Environment)로 사명을 바꿨다.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한다는 '그린 2030' 비전을 제시했다.

▷시멘트를 생산하려면 주원료인 석회석을 1500도 이상 초고온으로 가열하는 소성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유연탄인데 이것을 폐합성수지로 완전 대체하려고 한다. 지난해 대체 비율이 29%였다. 이를 통해 2019년 150만t이었던 유연탄 사용량을 지난해 100만t까지 줄였다. 올해 폐합성수지 비율을 45%까지 높일 것이다. 내년에는 유연탄의 60%를 폐합성수지로 대체할 수 있다. 1500억원을 투자한 순환자원 사용시설이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되는데 이렇게 되면 2030년이 아니라 2025년에 완전한 탈석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의 80%는 폐합성수지, 나머지 20%는 폐타이어, 재생유, 폐목재 등을 활용할 것이다.

―유연탄을 폐합성수지로 대체하면 무엇이 유리한가.

▷폐합성수지 2t을 때면 석탄·유연탄 1t을 때는 것과 같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연탄은 환경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경제성 면에서도 가격 폭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2년 전 유연탄 1t당 가격은 60달러 이하였지만 올해 들어 10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이처럼 유연탄은 불안정한 가격 등락을 감수한 채 우리가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원료다. 하지만 폐합성수지는 수거 처리비를 받고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또 유연탄을 덜 때니 탄소 배출도 자연스레 준다. 배출이 급감하면 앞으로 탄소배출권을 팔 수도 있을 것이다.

―폐합성수지도 태우면 환경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것 아닌가.

▷보통 폐기물은 약 750도에서 소각한다.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은 이처럼 폐기물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150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시멘트 소성 과정에 사용하는 폐합성수지는 완전 연소되기 때문에 대기오염이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부분적으로 먼지 등이 발생하지만 집진설비 등을 충실히 설치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처리하고 있다.

―친환경 자가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멘트 원가 구조를 보면 연료비 30%, 전력비 30%, 나머지는 기타 원료비용이다. 연료비는 폐합성수지 등으로 줄이고 우리가 쓰는 전기는 우리가 직접 만드는 자가발전을 통해 전력비를 감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폐열 발전 확대에 나섰다. 시멘트 원료를 가열해 소성하는 원통형 가마(킬른)에서 굉장히 많은 열이 방출되는데 이 열을 수거해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최대 단일 시멘트 공장인 동해공장은 이미 사용 전력의 30%를 폐열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폐열 발전 설비를 영월공장까지 확대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도 활용할 계획인데.

▷시멘트 공장 주위가 다 광산으로 돼 있다. 채광 종료 예정인 광산 용지 등 유휴 용지를 활용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 동해공장 광산은 130만평, 영월공장 광산은 100만평에 달한다. 풍력의 경우, 자가수급으로 우선 쓰고 남는 전력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 이익을 기업 전체 이익의 50%로 끌어올릴 계획인데.

▷앞서 말한 폐합성수지·폐타이어 등을 처리비를 받고 수거해 시멘트를 생산하는 순환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폐열, 풍력, 태양광 등을 사용한 발전 사업이 현재 속도가 가장 빠르다. 여기에다 시멘트공장 인근 광산 중 폐광에 가까운 곳들을 중심으로 매립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영월공장 부근에 매립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건설되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매립장이 된다. 10~15년에 걸쳐 약 500만t 규모의 폐기물 매립이 가능한 크기다. 공장 지대의 오염된 토양을 정제하는 토양 오염 정화 사업에도 진출한다. 오염된 토양을 '킬른'에 넣고 고온에 소성하면 기름이 모두 타고 토양만 남게 된다. 이들 친환경 사업을 통해 현재 전체 이익에서 12% 정도인 친환경 사업 이익 비중을 2025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올리겠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

▷쌍용C&E 시멘트 생산량은 업계 전체에서 25% 정도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시멘트 업계 전체에서 44%(2502억원)를 차지한다. 생산량이 전체의 4분의 1인데 이익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친환경 사업 확대가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인데 여기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 같다.

―시멘트 공장이 깨끗해졌다고 들었다.

▷환경에 대해 잘 모르던 1970~1980년대에는 굴뚝에서 연기도 나고 먼지도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지방 환경청에서 공장을 관리하고 있고 이를 주민들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동사무소에도 기계가 설치돼 있어서 시멘트공장에서 얼마나 먼지가 나오는지를 볼 수 있다. 지방 환경청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집진설비 등이 고장 나면 곧바로 비상이 걸린다. 이처럼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에 시멘트공장 환경에 대해선 안심해도 된다.

'무거운 산업' 생존위해 항상 변하고 혁신도전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오래 했다. 젊은 기업인들에게 경영 철학을 조언 한다면.

▷기업인은 항상 변하고 혁신해야 한다. 또 도전해야 한다. 항상 젊은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그대로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전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도 느껴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임직원에게도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 요즘 혁신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같은 활동 자체가 우리가 정보기술(IT) 기업은 아니더라도 무거운 산업의 선두 주자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재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을 오래전부터 시작했다.

▷올 들어 갑자기 나라 전체가 ESG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난해 이미 ESG 경영을 강조했고 조직도 만들었다. 사실 우리가 ESG란 표현은 안 썼지만 오래전부터 회사 내부에 환경위원회를 설치했고 사회 기여 활동을 펼쳐왔다. 윤리경영에 맞게끔 지배구조도 만들었다. 국제적으로 ESG 화두가 거세지면서 구체적으로 지난해 조직을 갖췄다.

―굴뚝산업이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엔 회사에서 사고가 나면 회사 직원인지, 협력업체 직원인지부터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는 안전관리본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쌍용C&E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을 동등하게 생각한다. 어떤 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났다면 협력사 직원이든 우리 직원이든 똑같이 본다. 예를 들어 무재해 기간이 길수록 포상금이나 혜택을 많이 주고 있는데, 협력업체 직원이 사고가 나도 무재해 기록이 끊긴다. 또 올해부터는 안전보안관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보안관은 매일 안전수칙 준수 여부만 체크하는 사람이다. 협력업체에도 작업장마다 이 같은 보안요원을 한 명씩 두라고 했다. 협력업체가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안전보안관 인건비는 우리가 따로 주고 있다. 안전보안관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만 보고 다니고,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인원은 작업장에서 빼버린다.

[정리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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