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1위 수주.. 조선株에도 봄볕 드나

이경은 기자 2021. 4. 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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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수주량, 호황기 수준
작년 적자였던 조선4사, 올해 4800억원 흑자낼 듯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유럽 선사와 4만 입방미터(㎥)급 중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PG운반선.

‘살아나는 조선업’ ‘다시 돌아오는 사이클’ ‘불붙은 시황, 실적은 거들 뿐’.

최근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쏟아낸 조선업 관련 보고서들이다. 코로나와 유가 하락 등으로 침체됐던 조선업이 경기 개선 기대감 속에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깊은 불황 속에 생존을 최고 목표로 버텨왔던 조선업은 최근 선박 수주가 이어지면서 봄날을 맞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 조선업은 세계 1위 수주를 달성했다. 조선업 호황기(2006~2008년) 이후 13년 만에 1분기 기준 최대 수주량이었다.

연이은 수주 행진에 주가 흐름도 호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조선 4사(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약 19조9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75% 늘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기존에 줄여 놓은 공급이 맞물리면서 컨테이너선 호황이 이어지고, 선박 발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 국내 조선 4사의 연간 수주 목표는 301억달러인데, 3월 말 시점에서 이미 120억달러를 달성해 진도율이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5조 몸값 현대중공업 8월 기업공개

조(兆) 단위 규모의 조선업 기업공개(IPO)가 진행되는 것도 업황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울산조선소가 주축인 현대중공업은 오는 8월 증시 데뷔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내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제 바닥은 쳤고, 앞으로는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 속에 IPO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IPO는 올해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의 20주기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올해 흑자 예상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기관인 클락슨의 선가지수는 올 들어 10주 연속 상승하며 201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30포인트에 도달했다. 10주 연속 상승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가 상승세 속에 선박 주문이 이어지면서 올해 조선업 실적은 작년보다 크게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적자였던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약 48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은 원자재 수퍼사이클의 막바지인 지난 2007년에 정점에 올랐다. 중국 경제성장기의 끝자락에 원자재값 랠리가 이어졌고, 조선 발주도 역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조선업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주가 과열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낮을수록 저평가)은 당시 4.8배로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그만큼 주가가 비쌌다는 얘기다.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 물동량 감소, 해운업 불황, 선박 발주 감소 등의 악재로 주가가 하락했고, 조선업 PBR은 0.8배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조선 등 ‘굴뚝산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수출과 투자를 이끌며 한국 경제의 희망을 밝히고 있다.

LNG와 같은 고부가선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조선소들은 중국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수주에 유리한 입장인 만큼 다시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LNG를 안전하게 운송하는 특수 선박을 만드는 기술 역량이 뛰어나다. 중국 조선사들이 뒤쫓는다고는 하지만, LNG선 같은 특수 선박을 만들 만큼의 기술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동량 충격이 오지 않는 한 선박 발주는 늘어날 전망이며, 당분간 수주도 증가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IPO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2분기 수주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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