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측..北의 선택은?

유동엽 2021. 4. 14. 17: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에도 끄떡없는 태양절 기념행사

내일은 북한에서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김일성 주석의 109번째 생일입니다. 4.15절이라고 불렸던 김 주석의 생일은 사후 3년이 지난 1997년부터 태양절로 격상됐습니다.

북한에서는 설과 추석 같은 민속 명절 외에 노동절과 세계여성의 날 등을 사회주의 명절이라고 부르는데, 태양절은 사회주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 당일인 15일과 16일이 공식 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올해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달 초부터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와 '도대항 군중체육대회'가 열리고 있고, 태양절 경축 영화상영주간과 서예 축전, 각종 근로 단체의 축하공연 등 문화행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행사들은 모두 지난해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던 것인데 올해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통일부 당국자는 "국가적 행사를 대면으로 개최할 정도의 상황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5년, 10년 단위로 나뉘는 해를 '정주년'이라고 부르며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맞은 태양절 100주년·105주년이었던 2012년과 2017년 특별히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그 외의 해에는 기념행사와 함께, 전날인 14일에는 중앙보고대회를 열고 당일 자정에는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공식화됐습니다. 지난해에는 김 위원장이 참배를 하지 않아 당시 신변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가 이유였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 태양절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측

태양절을 앞두고 국내외에서는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최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가 북한의 잠수함 건조시설인 신포조선소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위성사진을 보도하면서, 태양절을 계기로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SLBM과 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는 북한의 핵 능력이지만, 잠수함과 SLBM 기술이 모두 완성 단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만약 북한이 SLBM 관련 기술을 완성했다고 공개한다면,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올해 태양절이 그러한 계기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된 근거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가 4월 말~5월 초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행동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지난달 북한의 순항·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과 미국이 북한 인권을 거론한 데 대한 대응이었던 것처럼,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면서 다음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홍 위원은 또 "신포조선소의 움직임이 위성에 노출되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는 만큼, 국가방위력 강화라는 자신들의 목표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태양절이 북·중 무역 재개의 계기 될까?

태양절을 계기로 한 또 하나의 관측은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중단된 북·중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북한이 압록강 부근의 세관과 창고를 정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접경지역에서 전해지면서 무역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그 날짜를 태양절 다음 날인 16일이라고 보도한 매체도 있었습니다.

해당 보도들에 대해 한 소식통은 "압록강철교를 이용한 열차 통행이 16일에 재개된다는 소식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북한을 오가던 중국 측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도 있다고 했습니다. 접종 시기는 이달 초였고 효과가 2주 뒤에 나오기 때문에, 열차 통행과 비슷한 시기에 차량 운송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접경지역의 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교역 재개의 계기가 태양절이라기보다는 해마다 지금 시기가 교역량이 많아지는 시점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3월까지 이어지는 북쪽의 긴 겨울이 지나고 비료와 농사용 비닐 등 필요한 물품이 많아지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계기가 무엇이든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채 외부의 지원 제안에도 답을 하지 않았던 만큼 북·중 무역 재개는 큰 변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무력시위와 교역 재개. 대외관계에 미칠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두 가지 관측이 태양절을 계기로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의 선택이 무력시위라면 남북·북미 대화의 기회는 그만큼 멀어질 것이고, 무역 재개라면 그 이후의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는 희망적인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