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든 주사기 꾹꾹 누르며 세상 그린다"
수십만개 점으로 입체적 회화
22년간 수도자처럼 작업
점은 그림의 시작이자 종착역이다. 그가 구상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도자의 자세로 깨알 점들을 찍어나간다.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 물감을 주사하는 작업은 고행이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고 자주 병원 신세를 지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멀리서 보면 형태가 뚜렷하지만 화면 바로 앞에서 보면 수많은 점들로 이뤄진 추상화 같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작가는 "물감 점들이 입체적이어서 빛에 따라 그림 느낌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며 "재료비는 비싼데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서 일부러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사기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22년간 연마해온 주사기 기법으로 만든 캔버스 작품 31점과 드로잉 14점, 해골 오브제 등 총 46점으로 개인전 '표면의 깊이'를 5월 14일까지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에서 펼친다. 장미꽃과 우주복을 입은 개를 초록색 실로 연결한 작품 '별이 된 마티스와 라이카를 위하여(1103)'가 눈에 띈다. 장미꽃과 개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왜 엮었을까. 작품 제목에 있는 11월 3일이 연결고리다. 그림 속 개는 1957년 11월 3일 옛 소련이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사람 대신 탔다가 희생된 라이카다. 장미꽃 이름은 1954년 11월 3일 세상을 떠난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다. 작가는 "어느 날 아내를 통해 라이카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마티스와 같은 날짜에 세상과 결별했더라"며 "마티스와 인류를 위해 희생한 라이카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대규모 학살과 크리스마스 성인 타계 날이 같다는 데서 삶의 아이러니를 느꼈다"며 "때마침 인터넷에서 타조를 검색했는데 발뼈 사진만 잔뜩 나와 작품에 함께 그렸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조합한 이미지를 빔프로젝터로 종이에 쏴서 형태를 잘라내 캔버스에 붙이고 스케치한 후 점을 찍는다. 그는 "친구와 형님이 돌아가신 후 내 주변 돌아보게 됐고, 사물과 상황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미지를 재조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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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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