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 안 드릴 수 없다"..文 '외교문법' 깨고 日대사에 강경 발언(종합)
외교부, 전날 日대사 초치..문대통령,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지시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에게 강경하게 우려를 전달했다. 신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후 환담자리에서 양국 현안에 대한 강경 발언을 전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페데리코 알베르또 꾸에요 까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로부터 신임장(信任狀)을 받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각 대사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함께 인왕실로 이동해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아이보시 대사에게 "이 말씀을 안 드릴 수 없다"라며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이러한 우려를 잘 알 것"이라며 "본국에 잘 전달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환담 발언으로서 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통상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환담에서는 양국간 가교 역할을 당부하는 등 상견례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신임장 제정식 후 문 대통령과의 환담이 국가별로 별도로 진행이 됐지만,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개별 환담이 아닌 제정식에 참석한 모든 대사들과 한자리에서 환담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이날 일본대사에게 우려를 직접 표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엄중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양국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국민을 위로하고 한국과의 우호 관계가 증진되기를 희망한다는 일왕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현재 양국 관계가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동북아와 세계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스가 총리님의 취임 축하 통화를 하면서 대화와 협력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면서 "협력 정신과 의지가 있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전날(13일) 아이보시 대사를 초치하며 강력하게 항의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우려를 직접 표명,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교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회의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포함,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전날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에서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공식 결정한 즉시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소집했다. 정부는 "주변 국가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특히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대만 등 인접국가들의 우려·항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나 한국 따위에게 듣고 싶지 않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전날 각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오염수에 대해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말해 일본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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