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지킨 시민사회, 독일 국립박물관에 첫 소녀상 전시

[경향신문]

독일 드레스덴 국립박물관 산하 민속박물관이 오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소녀상을 전시한다. 사진은 독일 드레스덴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 코리아협의회 제공

독일 국립박물관에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다. ‘베를린 소녀상’의 철거 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리려는 시민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드레스덴 국립박물관 산하 민속박물관은 오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말문이 막히다-큰 소리의 침묵’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는 나치 치하 드레스덴에서 유대인 학살, 독일의 나미비아 학살,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유고슬라비아의 전쟁범죄, 호주 원주민 카우르나족의 식민지배 피해와 함께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소개된다.

전시장에는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갔을 당시 모습을 형상화한 소녀상이 설치된다. 유럽의 국립박물관에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공공장소에서는 베를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평화의 소녀상은 1년 기한으로 머물게 된다.

전시회에서는 1991년 8월 14일 한국인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침묵을 깨고 한 첫 공개 증언 영상이 상영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500번 가까이 열린 수요집회와 국제연대 활동도 소개된다. 일본 사진작가가 찍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의 사진도 전시된다. 한국 위안부 피해자인 강덕경,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그림과 필리핀인 위안부 피해자인 리메디오스 펠리아스가 만든 수공예 작품도 전시된다. 펠리아스는 14세이던 1942년 필리핀을 침공한 일본군에 끌려가 겪은 고초와 목격담을 천에 수놓았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베를린 도심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코리아협의회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집요한 반대로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한국과 독일 시민사회의 반발로 되려 영구 설치될 길을 찾았다. 철거 명령을 내렸던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해 10월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위기를 계기로 독일 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