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車반도체 생산 가능성은.."수익성·기존 고객사 문제로 어려워"

신중섭 2021. 4. 14.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텔, 美반도체 회의 직후 "車반도체 생산"
MCU 생산 전망.."삼성, 뛰어들기 어려울 것"
"수익성 낮고 제조·인증에도 상당 시간 소요"
라인 전환 시 기존고객사 공급 문제도 발생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반도체 회의 직후 주로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하던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가 겪고 있는 극심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005930)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물론 인텔도 단기간 내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과 같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주 삼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인텔 따라 삼성도 車반도체 생산하나

14일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회의’ 이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은 주로 개인용 컴퓨터(PC)에 탑재되는 CPU와 서버용 반도체를 제조해왔다. 다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해주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최근에야 복귀를 선언했으며, 본격 시행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일부 생산라인이라도 차량용 반도체로 일시 전환해 글로벌 공급난을 돕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텔이 생산하게 될 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핵심인 MCU가 될 것으로 보인다. MCU는 하나의 집적회로(IC) 내부에 연산 프로세서, 메모리 등을 내장해 만든 반도체로 차량 내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한다. NXP·르네사스·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MCU의 상당량을 외주로 생산하며, 이러한 MCU 외주 생산의 약 70%가량을 대만 TSMC가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결정으로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 제조 압박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공급난 해결을 위해 백악관이 직접 나선 데다 파운드리를 하지 않고 있는 인텔까지 나서면서 삼성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현재 일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 중이지만 극히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MCU의 경우 삼성전자가 생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반도체 칩이 들어갈 가전·정보기술(IT) 기기의 물량이 자동차 물량보다 훨씬 많고, MCU의 단가 자체도 매우 낮다. 차량용 MCU 가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력 생산 반도체인 모바일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잖은 시간·라인 전환 시 기존 고객사 문제도

품질 관리가 까다로운 점도 단점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인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생산에 뛰어들더라도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이를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 받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삼성전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하더라도 최소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해당 시점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면 삼성전자가 지금 시점에 생산라인을 전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존 라인을 전환하면 기존 고객사들의 제품 생산을 갑자기 중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생산을 하지 않던 반도체를 만드려면 생산 라인을 일부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미 고객사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으므로 이를 중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탓에 인텔의 MCU 생산도 실제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라고 해도 6~9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처음 만들어보는 반도체에 대해 최적화된 공정을 찾고 양산까지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